"죽은 아내 옆에서 정신없이 먹어"…탈북자가 전한 아오지 실화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3.03.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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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사진=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


북한 아오지 탄광의 충격적인 참상이 전해졌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서는 탈북자이자 유튜버로 활동 중인 최금영이 출연해 아오지 탄광에서 경험했던 비참한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최금영은 "아오지 탄광에서 최초로 탈출해 탈북했다. 18살에 탈출해서 중국, 미얀마, 태국을 거쳐 살아남았다"며 "제가 아마 탈출하지 않았다면 아오지 탄광에서 석탄을 캐고 있을 거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다이어트 걱정을 하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오지 탄광은 베일에 싸여 있다.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며 "남한에서 누가 뭘 잘못하면 '아오지 탄광 보낸다'고 하지 않냐. 아오지 탄광은 북한에서도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 정치범과 국군 포로들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량난이 오면 가장 먼저 식량이 끊기는 곳이 아오지 탄광이다. 버려진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흉년이 왔을 때 북한에서 300만명 넘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그때 아오지 탄광은 정말 비참했다. 배고프니까 쥐들이 모아놓은 옥수수를 파먹고, 풀뿌리를 캐 먹었다. 애들이 먹지 못해 누워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진=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사진=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
당시 부산에서 왔던 국군 포로 노부부는 결국 굶어죽었고, 이를 지켜본 아들은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최금영은 "뼈만 남은 몸으로 굶어서 괴롭게 죽어가느니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이라며 "목숨은 붙어있었는데, 두 다리가 잘렸다. 진료소에 가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실려 가는 동안에도 '밥을 달라. 나는 살고 싶다'고 외쳤다"고 설명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다리가 잘려 나간 고통보다 배고픈 고통이 더 심했던 거다. 온 동네가 조용해졌다. 그분의 아버지는 자유를 위해 총을 들었다가 북한에 잡혔고, 그 아들은 밥 한 끼 못 먹고 돌아가셨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슬퍼했다.
/사진=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사진=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금영은 "친구가 달려오더니 엄마가 곧 죽을 것 같다면서 울더라. 제가 먹고 있던 국수죽을 갖고 뛰어갔더니 미라가 누워있더라"며 "죽을 입에 넣어드리려는데 눈앞에서 돌아가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친구 아버지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울고 있는 딸과 죽은 아내 옆으로 달려오더라"며 "죽은 아내를 옆에 두고 제가 가져온 죽을 정신없이 먹었다. 너무 충격이었다. 평소 금실이 좋기로 유명한 부부였다. 극한의 배고픔이 사람의 정신을 마비시킨 것"이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친구 아버지 눈에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보다 죽그릇이 먼저 들어온 거다. 저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럽고 잔혹하고 비극적인 죽음은 굶어 죽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씁쓸해했다.

최금영은 "대한민국에 와서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하다"며 "불행의 깊이만큼 행복을 느낀다"고 털어놔 응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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