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교수는 "과거 기업이 IT 솔루션을 도입할 때는 예컨대 CRM(고객관리시스템)이나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며 "AI 솔루션의 도입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업 경영의 굉장히 많은 부분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장 경영에서의 지식을 풍부하게 갖춘 내부 인력에게 AI 기술동향과 활용사례를 학습시켜 자사에 필요한 AI 솔루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실제 카이스트가 지난해 4월부터 진행 중인 CAIO(최고 인공지능 책임자) 교육과정도 이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12주에 걸친 교육 기간 중 기업·기관의 AI·IT 담당자 및 대표이사 등으로 구성된 수강생들은 AI 기술 발전의 역사와 최신 동향에서부터 각종 AI의 활용사례 등에 대해 교육을 받은 후 자사에 맞는 솔루션을 직접 고안해 발표한다. 카이스트 교수들과 동료 수강생들이 이 과정에서 함께 토론하고 더 나은 대안을 도출하는 작업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유영상 대표가 직접 단장을 맡아 이 회사의 AI 프로젝트인 '에이닷'(A.) 추진단에 핵심 인재를 배치한 바 있다. 'AI 컴퍼니'로의 체질 전환을 위한 결단이다. 올해 사업보고서에서는 평균 임금상승률 전망치를 종전(2~5%) 대비 훨씬 높은 8%대로 잡았다. AI를 비롯한 고급 기술 인력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CAIO라는 직책이 명시적으로 있지는 않지만 기존 주력 부문의 임원을 주축으로 '도구로서의 AI'를 적극 활용, 경쟁력 제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크래프톤은 AI 관련 조직을 80여명 규모로 확보하고 게임 제작에 도움이 되는 딥러닝 기술 개발로 게임 제작 생산성·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프로그래밍 뿐 아니라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등 게임개발의 전 단계에서 시간·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새벽배송'을 넘어 '샛별배송'을 가능케 한 유통업종 유니콘 기업 컬리가 대표적이다. AI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많은 고객의 주문을 여러 작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유통혁명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