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확실한' 韓, '차원이 다른' 日[광화문]

머니투데이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2023.03.2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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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우리나라 출산율이 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0.03명 감소한 수치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6년에 1.17명으로 전년 대비 0.07명 떨어진 뒤 줄곧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잠정)까지 1.05명→0.98명→0.92명→0.84명→0.81명→0.78명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이에서 8년째 꼴찌를 기록 중이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이 유모차에 유아를 태우고 지나는 지나는 모습. 2023.2.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우리나라 출산율이 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0.03명 감소한 수치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6년에 1.17명으로 전년 대비 0.07명 떨어진 뒤 줄곧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잠정)까지 1.05명→0.98명→0.92명→0.84명→0.81명→0.78명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이에서 8년째 꼴찌를 기록 중이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산부인과 앞을 시민이 유모차에 유아를 태우고 지나는 지나는 모습. 2023.2.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찾아간 인구 6000명 남짓의 한 산골 동네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9년 당시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2.95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은 물론 일본 전국 평균(1.36명) 대비 2배를 넘어서며 '기적의 마을'로 불리고 있는 오카야마현의 '나기초(奈義町)' 얘기다. 이 지역의 2005년 합계출산율이 1.41명에 그쳤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의 탐방도 줄을 잇고 있다. 지역의원과 공무원 규모를 줄이면서 15년 넘게 꾸준히 시행해온 나기초의 독자적인 출산·육아 지원책을 배우기 위해서다. 기시다 총리가 주말도 반납하고 달려간 배경엔 일본에 닥친 인구 위기의 심각성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신생아 수는 79만9827명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8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89만9000명)과 비교해 3년 만에 10만명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80만명 붕괴 시점을 2033년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11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일본에 희망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구 절벽으로 내몰린 건 일본만이 아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체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1년 새 85만명이 줄었다. 출생 인구는 956만명, 조(粗)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6.77명에 그쳐 조사를 시작한 1949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중국 인구가 감소한 건 61년 만에 처음이다.



이미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한국의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0.84명)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데다 우리 다음인 이탈리아(1.24명)와의 격차를 감안하면 최하위권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2년 출생아 수(48만4600명)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나기초' 마을과 같은 성공 사례와 함께 창의적인 저출산 대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휴직자의 동료에게 최대 10만엔(약 100만원)을 주는 '응원 수당' 제도를 선보였다. 도쿄의 한 자치구는 3억원이 넘는 대학 학자금을 무상 지급하겠다는 정책을 내걸기도 했다.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도 기존 난임 휴직(최대 6개월)에 더해 최근 직원들의 난임 치료·시술비를 횟수 제한 없이 1회당 100만원 한도 내 실비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빠르면 이달 중 공개될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내각'의 저출산 대책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간 거론됐던 난임 부부 지원 및 남성 육아휴직 확대, 경력단절 여성 문제 해소 등을 포함해 보육과 교육, 주거, 일자리를 연계한 종합적인 로드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여기에 파격적인 예산 투입으로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낼 혁명적인(?) 제안도 필요하다. "과감하고 확실한"(윤석열 대통령), "차원이 다른"(기시다 총리) 등 전례없는 고강도 방안을 주문한 만큼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의 2인자 리창 신임 중국 총리는 지난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직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인구 감소 문제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장풍파랑 미래가기(長風破浪 未來可期)' 8글자를 인용했다. "거친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위기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 한·중·일 3국의 미래가 인구에 달렸다.
'과감하고 확실한' 韓, '차원이 다른' 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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