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탄소 감축 계획, 산업계 부담 줄여 경제 동력 살린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3.03.2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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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탄소 감축 계획, 산업계 부담 줄여 경제 동력 살린다


정부가 2030년 산업부문 탄소 감축 목표를 낮춰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대신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늘려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해 원전과 태양광·수소 발전 비중을 높인다.

21일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 설정한 2030년 산업부문 탄소감축 목표를 기존 14.5% 감축에서 11.4%로 낮춘다.



2021년 발표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2018년 대비) 감축한다. 산업부문 탄소 배출을 줄이고 청정에너지 전환과 국제 감축 등의 목표는 상향 조정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수정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에 따라 산업 부문에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약 800만 톤 더 배출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석탄발전을 줄이고 원전·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해 400만 톤 감축한다. ODA(공적개발원조) 등 개발도상국에 탄소감축 인프라를 지어주고 그에 따른 감축량을 인정받는 국제감축량 역시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400만톤 확대했다.



원료수급 곤란과 기술 전망 등을 고려해 산업 부문 목표를 일부 완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감축 목표를 다소 낮추되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두 자릿수 이상은 유지했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에너지 효율 개선 △연료·원료의 전환 △인위적 생산 감축 등 3가지 수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특성상 기존 감축 목표였던 14.5%를 달성하기엔 세 가지 방법 모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은 "당초 산업부문 현실적인 목표는 5% 감축이라고 봤지만 협의 과정에서 11.4%로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산업부문에서 제조업 비중이 2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단순히 비교하는 건 어렵고 이행 가능성을 철저히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천 실장은 "석유화학의 경우 친환경 전환하려면 원료를 바이오 납사로 바꿔야 한다"면서 "NDC 목표를 이행하려면 바이오 납사 2400만 톤 가량이 필요한데 지금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양은 800만 톤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강도 결국 전기로로 바꾸거나 원료로 석탄·코크스 대신에 수소를 쓰든지 해야 되는데 2030년까지는 어렵다"며 "그런 부분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전환부문은 산자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보다 온실가스 400만톤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제10차 전기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는 2021년 7.5%에서 2030년 21.6%로 늘어난다. 원전은 2021년 27.4%에서 2030년 32.4%로 확대한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2030년까지 각각 19.7%, 22.9%로 줄인다는 방침이었다.

이날 발표한 기본계획을 반영하면 내년부터 만드는 11차 전기본은 2030년 석탄발전과 LNG발전 비중이 10차 전기본보다 줄고 원전, 태양광, 수소 등의 비중이 늘어난다. 천 실장은 "제11차 전기본에서 전력수요 전망을 다시 하고 전원 믹스에 NDC 수정안을 반영해야 한다"며 "수소, 태양광 같은 경우 이용률 차이가 있고 현재의 태양광 보급 속도도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NDC 목표 조정에도 산업계에선 여전히 도전적인 목표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NDC 산업부문 목표치를 산업계의 현실을 일부 반영해 하향 조정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산업부문 11.4% 감축도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내에서의 추가적인 설비투자는 추가배출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고비용·고위험 탄소감축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세제혜택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역시 성명을 통해 "2030년까지 채 7년밖에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40% 삭감한다는 건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며 "국내 경제 상황과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고려해 정부가 제시한 주요 온실가스 감축수단이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기술개발과 설비개선,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의 탄소 감축 기술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혁신펀드 조성 △보조·융자 확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효율기준 할당 확대 등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주도로 철강, 시멘트, 화학, 알루미늄, 항공, 해운, 육상수송, 탄소제거기술 등 8개 분야에 대해 녹색기술을 활성화하는 국제협력체가 조성되고 있는데 정부도 이 협력체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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