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자" 첫 보고서 나왔다…최악 전망에도 "사라", 왜?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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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의 실적 전망이 갈수록 암울해진다. 반도체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1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적자는 분기별 연결 재무제표 확인이 가능한 2009년1분기 이후 14년 간 한 번도 없던 일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1.1% 감소한 61조3000억원,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적자전환한 6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삼성전자의 적자를 전망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심각한 반도체 업황 침체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는 계속 낮아져 왔지만 그래도 1분기에는 1조원대 안팎의 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마저도 지난해 1분기(14조970억원) 대비로는 90% 이상 급감한 실적이다.



반도체 업황 침체의 골은 예상보다 더 깊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이 삼성전자의 1분기 적자를 예상한 근거도 반도체 부문에서의 대규모 손실이었다. 그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1분기에만 4조12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디램과 낸드 메모리의 비트그로스(반도체 출하량 증가율)가 각각 15, 10% 감소하고 ASP(평균판매단가)는 각각 21%,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모리 업계의 재고 일수는 6개월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판매량과 판매단가가 하락하고 재고는 쌓이면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판매량과 단가 하락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재고자산은 평가손실로 인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분기별 실적 확인이 가능한 2009년1분기 이후 삼성전자는 한 번도 분기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만약 증권가 전망대로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다면 2000년대 이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조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4조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2분기 전망은 더 안 좋게 봤다. 반도체 손실이 4조700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전사적으로 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총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88% 감소한 5조원으로 예상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올해 상반기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에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높은 수준의 금리가 장시간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부담감이 재차 부각된다면 최종 수요의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분기 손실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산정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PBR(주가순자산비율)다. 주가가 주당순자산(BPS)의 몇배인지를 보는데 적자가 발생하면 BPS는 줄어든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감소하더라도 적자만 나지 않으면 BPS는 증가한다는 전제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가전과 휴대전화 사업부 등이 실적을 뒷받침하면서 대규모 영업손실 우려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반도체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 (178,200원 ▼3,000 -1.66%)는 업황 침체의 영향에 그대로 노출됐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1분기 4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4조6000억원, 영업손실은 적자전환한 4조2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계절적 비수기로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업황과 대규모 실적 부진에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골이 깊을수록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00원(0.5%) 상승한 6만500원으로 견조한 흐름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전일 대비 800원(0.96%) 오른 8만4500원에 거래 중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부 경기선행지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황의 악화는 최고조에 근접 중"이라며 "(경기선행지수인) 미국 ISM 제조업 지수, 중국 크레디트 임펄스 지수(Credit Impulse·신용자극지수) 및 중국 IT 수요 전년 대비 증감률은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분기 적자가 나타나더라도 올해 전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흑자라면 전년 대비 BPS가 감소할 우려는 없다. 현재 삼성전자의 PBR는 약 1.2배로 역사적 범위(1~1.5배) 대비로는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 주가의 PBR는 역사적 하단 수준"이라며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형성할 3분기초까지 대부분 악재가 주가에 반영될 것이므로 분할 매수가 적절한 전략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의견도 긍정적이다. 서 연구원은 "반도체 선두 업체의 적극적인 감산 기조가 더해질 경우 메모리 업황 회복 강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메모리 업황의 추가적인 악화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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