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홉(왼쪽)과 박재범, 사진제공=KBS
첫 방송은 좀 산만했다. 큐카드를 들고도 진행에 애를 먹던 박재범의 모습은 한국말이 서툴러 서툰 사회를 예감케 한 다수의 걱정이 현실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박재범의 미숙함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의 허술한 매력은 준비되지 않은 준비로서 사람 냄새를 풍겼고, 임창정 때처럼 출연자들이 자신의 무대를 직접 꾸려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박재범은 앞장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채색해나가는 대신 뒤에서 타인의 여백이 되어주는 진행자로 남으려는 듯 보였다. 래퍼 비오가 말했듯 그래서 박재범의 드라이브에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됐다. 이것이 방청객과 시청자들이 1회 방송을 보고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준 이유다.
사진제공=KBS
결국 이건 음악방송의 세대 교체였다. 세대 교체란 필연적으로 장르의 교체를 부르는 법. 나스와 제이지를 동경해온 보이밴드 출신 래퍼가 BTS, 손흥민, 봉준호를 엮어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 첫 무대에서 펼쳐보인 인사는 사카모토 류이치와 어떤날을 좋아하는 유희열의 이전 방송과는 다른 세상으로 20~40대 대중을 불러들였다. 실제 노영심과 이문세,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은 조동익과 유재하라는 존재를 통하면 다 만나는 이름들이지만 박재범은 그 족보에서 벗어난 사회자다. 박재범의 드라이브에 가속이 붙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물론 양희은이 노래한 '좋아'는 그 가속을 살짝 유예시켰지만 얼마 안 가 터져나온 이영지의 속사포 랩 벌스는 그 유예를 다시금 유예시키며 블랙뮤직의 시대를 재삼 환기시켰다. "과거엔 무대 반주가 받쳐주질 못해 조니 길의 'My My My'를 부를 수가 없었다"는 김조한의 증언 역시 정마에와 쿵치타치의 트렌디 연주를 향한 칭찬으로 수렴되며 이 프로그램이 가진 '분위기 전환'의 맥락을 더 도드라지게 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품어온 가치를 박재범의 드라이브도 지켜가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바로 홍보가 필요하고 무대가 필요한 음악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건 박재범 개인을 향해 "이 시대에 멋진 걸 하고 계신 분"이라고 말한 이찬혁의 칭찬이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으로 향해야 한다는 걸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인 아티스트를 샤라웃(shout out) 한다"는 취지로 별채처럼 구비해둔 신인 소개 코너 '타라웃'도 박재범의 드라이브가 지닌 "함께 잘 살자"는 음악 공동체적인 면모로 여길 만 한데, 좁은 차 안에서 대중에게 인사하고 넓은 무대에서 대중과 만난 시온(SION), 수스(xooos), 구만(9.10000), 지올 팍(Zior Park)의 가능성은 다나카 유키오가 정점을 찍은 개그 코드보다 더 조명받아야 할 '드라이브'의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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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로는 올해부터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이 '더 시즌즈'라는 이름으로 연간 프로젝트를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2023년 한해 동안 MC 네 명이 각각 자기 이름을 건 시즌별 뮤직 토크 쇼를 진행해나갈 거란 얘기인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박재범의 드라이브다. 2월 5일부터 시작했으니 예정대로라면 4월 정도에 MC가 바뀐다는 것. '드라이브'에 호감을 가졌던 방청객, 시청자들에겐 기대 반 아쉬움 반의 기획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