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의 수사책임자였던 이 전 부장은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당시의 사실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명품 시계 수수에 대해선 '사실'이라면서도 '논두렁에 버렸다'는 취지의 관련 보도는 국정원 기획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공무상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하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 관한 허위사실이 책이 포함돼 있다면 사자명예훼손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사한 사례도 여러 건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검찰 수사관 출신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은 공무상 알게 된 비위 첩보 등을 언론 등에 폭로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구청장이 폭로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사실로 밝혀져 별도의 수사를 통해 기소된 뒤 재판으로도 이어졌지만, 공익제보에 해당하더라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처벌된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불기소처분으로 끝났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사무관이던 신재민씨도 기재부의 적자국채 발행 및 KT&G·서울신문 사장 인사 개입 의혹 등을 제기했다가 고발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기재부 문건 및 정책결정 과정 공개로 인해 기재부의 담배사업 관리, 국채 발행 등 국가기능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최근 사자명예훼손으로 기소됐던 대표적 인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에서 광주에서 활동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했다. 조 신부가 생전에 5·18 계엄군에 의한 '헬기 기총 사격'을 주장해서다.
법원은 5·18 당시 계엄군 측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했던 조 신부에 대해 비난을 한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항소심 재판은 중지됐지만, 1심에 의해 사자명예훼손은 인정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