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태, 뜻밖의 호재? 고개 드는 금리 동결 전망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3.03.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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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AP=뉴시스13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AP=뉴시스


실리콘밸리뱅크(SVB)부터 CS(크레디트스위스)까지 은행권의 재무 위기는 일단락 됐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았다. 3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기준금리 동결 언급까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동결이나 인하 언급은 아직 섣부른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은행권 사태로 재부상한 긴축 완화 전망이 한국 증시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열흘 만에 치고 올라온 금리 동결 전망…은행 리스크 영향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49포인트 내린 2379.2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스위스의 대형 은행 UBS는 파산 위기에 빠졌던 CS를 30억스위스프랑(약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 정부와 국립은행 등도 이번 인수를 위해 UBS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에는 미국 금융당국이 SVB와 뉴욕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자들이 예금을 전액 인출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줄도산을 막고자 각국 중앙 금융당국들이 발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서면서 증시의 흔들림은 잦아드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지속적으로 은행권 재무 위기가 불거지면서 금융권 안팎의 불안감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이번 3월 FOMC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5bp(1bp=0.01%)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이 64.2%로 유력하다. 특징적인 점은 금리 동결 가능성이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페드워치에서 현재 금리 동결 가능성은 35.8%로 집계되고 있다. 열흘 전(3월10일)만 해도 페드워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은 0%였다. 오히려 1월 지표 호조에 따른 빅스텝(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40.2%에 달하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은행권 이슈가 불거진 이후 단기간 내에 더 이상의 강한 긴축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VB와 뉴욕 시그니처은행 폐쇄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축 강화가 불가능하더라도 금융당국들이 발 빠른 대처에 나서면서, 당장 금리 동결에 나서야 할 만큼 금융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지배적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민한 대응 덕에 금융안정 문제가 차주 부실과 같은 위험으로 번지지 않는 이상 물가안정과는 상충되는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3월 FOMC에서는 메리츠증권의 기존 견해대로 25bp 인상이 적절하다"며 "오히려 질서 없는 동결이나 섣부른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었을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 안정되면 신흥국 주식시장에 수급 들어올 가능성"
은행권 사태, 뜻밖의 호재? 고개 드는 금리 동결 전망
당장의 금리 동결은 어렵더라도 긴축 강화 전망이 크게 약해진 현 상황이 한국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사태에 대한 기민한 대응과 미리 조정받은 한국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은 대형주 매수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9월 말 금융위기 당시의 밸류에이션을 한 차례 반영한 바 있다"며 "또한 최근 2월 이후 미 긴축 강화 우려로 코스피200지수가 6주 연속 하락한 상황에서 SVB 사태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 반도체 실적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작용할 수 있고, 중국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따라 무역 적자 역시 1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 개선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를 여기서 25bp만 올리더라도 기준금리가 5%인데 물가(소비자물가지수, CPI)도 지난주에 6%대까지 내려왔으니, 명목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의 레벨이 비슷해진 상황"이라며 "추가로 금리를 더 올릴 만한 요인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채권시장 변동성이 줄어들면 투자자들이 금리 대비 저렴한 자산인 주식을 찾을 수 있고, 저렴한 주식을 찾다 보면 한국 시장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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