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증권은 지난달 20일 리포트에선 삼성전자 DS의 1분기 영업손실을 2조8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이달 14일 리포트에선 4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연간 영업손실 예상폭도 4조5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1분기(1~3월)를 지나는 동안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 흐름이 예상치를 밑돈 것이 영업손실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분기 기준 전세계 D램 시장 공급초과율은 112.5%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는 2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떠받치던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나면서 아예 전사 영업이익까지 적자전환할 것이란 리포트도 나왔다.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이 61조3000억원, 영업손실은 적자전환해 68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적자를 낼 것이라고 본 첫 보고서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 악화로 서버와 PC, 스마트폰 고객사가 메모리반도체 주문을 줄이고 재고 소진에 주력했다"며 "메모리업계 재고일수가 6개월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사정은 더 여의치 않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가전 등 다른 사업부가 함께 있는 만큼 반도체 손실을 상쇄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혹한기가 불러온 겨울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한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올해 초 발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3의 선방으로 그나마 영업이익을 방어할 것이라 판단한다.
지난달 초 증권사가 예측한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손실 전망치는 6조원대에서 8조원대 가량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11조원을 넘겨 잡는 예측이 많아졌다. KB증권과 대신증권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손실이 각각 11조3380억원, 11조26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는 올 2분기를 반도체 업황 저점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영업손실 전망치가 오는 4월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전까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도체 업황 반등 시기는 하반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계절적 성수기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계의 공급 축소 영향이 그즈음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생산량 감소에 나섰고, 삼성전자도 공정 전환을 통한 간접 감산을 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저점을 찍고 조금씩 반등하는 모양을 보일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올해 말,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다시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