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대결' 희소식? 그러나…해외서도 걱정한 KT 지배구조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3.03.2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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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의 모습. 2023.03.07./사진제공=뉴시스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의 모습. 2023.03.07./사진제공=뉴시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오는 31일 KT (36,150원 ▲150 +0.42%)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10.13%, 작년 말)의 '반대' 가능성에 직면한 윤 후보와 KT 이사회에겐 희소식이다. 그러나 ISS의 선택도 '최선'보다는 '차악'이었다. KT가 주총 결과와 관계없이 정부·여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ISS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발송한 KT 자문의견서에서 윤 후보자 선임 안건의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윤 후보자는 ICT(정보통신기술), 미디어, 모빌리티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회사의 사업 전략을 선도할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 후보자의 약점에 관해서도 기술했다. 구현모 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후원 혐의로 기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KT가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에 관해 ISS는 "윤 후보는 구 대표의 법적 우려가 제기됐을 때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사를 해임하지 못한 것은 윤 후보의 이사로서의 책임성, 이사회 감독 능력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ISS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정자(윤 후보)를 제거하는 것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가치를 손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으로부터 "그들만의 리그"라 비판받은 윤 후보 선임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도, 적어도 경영 공백이란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ISS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선 '반대'를 권고했다. 근거는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사를 제거하지 못했다"며 "거버넌스와 위험 감독에 대한 실패를 낳았다"고 적었다. ISS의 평가를 뒤집어보면, 대표이사인 윤 후보와 사외이사인 3인 후보의 KT 지배 구조상 무게감의 차이가 아니라면 윤 후보마저도 반대 명분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글래스루이스·ISS도 윤경림 '찬성'…KT, 계속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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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글래스루이스는 윤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 재선임까지 모든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당시 글래스루이스는 "내정자 명단을 검토한 결과 주주들이 우려할 만한 실질적인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국내 사정에 어두운 해외 투자자들에겐 주총 의결권 행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년 말 기준 KT의 해외 투자자 지분 비율은 약 44%에 달한다.

구 대표의 연임 포기와 윤 후보의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논란에 소액주주들마저 윤 후보에 힘을 싣고 있다. 네이버 카페 'KT 주주모임'은 윤 후보 선임 찬성을 위한 소액주주 결집에 나서고 있는데, 지난 18일 오후 기준 약 365만주를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KT 지분의 약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KT 내부에선 주총 표 대결에 '승산이 있다'는 표정이 읽힌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고, 여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대차그룹(7.79%)과 신한은행(5.48%)이 여기에 동조한다고 가정해도,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윤 후보와 이사회에 찬성표를 던지면 유리하다는 기대감이다. 대표이사 선임은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 발행 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가결된다.

그러나 주총 통과만으로 KT의 위기가 끝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국내 정치상황에 중립적인 해외 자문사인 ISS마저 윤 후보를 비롯한 KT 이사회의 한계를 지적했을 정도로, KT의 지배구조 개선에는 여러 과제가 산적했다는 평가다.

우선 모든 주총 안건이 가결된다 해도 6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여권이 비판하는 "이익 카르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물갈이' 요구가 비등할 전망이다. 또 여권 '코드 맞추기' 논란 속에 내정됐다 후보자 사퇴로 결론 난 KT의 사외이사,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의 빈 자리도 채워야 한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도 KT 경영진을 점차 옥죌 것으로 보인다.

KT의 대응도 분주하다. 윤 후보는 여권의 반대 기류를 의식해 KT 이사회를 비롯한 유관 부서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주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는 기존이 CEO 선임 방식, 이사회 구성 방식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지배구조개선 TF'를 추진하는 등 위기 대응에 주력하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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