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려면 알몸사진 보내라"…경찰, 불법채권추심 집중단속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3.03.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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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리려면 알몸사진 보내라"…경찰, 불법채권추심 집중단속


# A씨는 불법채권추심업체에 지인 연락처 600여건을 제공하고 100만원을 빌렸다.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불법업체는 A씨의 지인들을 초대해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고 A씨의 채무사실을 알리는 한편 A씨의 아버지 직장에도 연락했다. A씨의 채무사실이 알려지면서 A씨는 물론 A씨 가족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



# B씨는 불법채권추심업체에서 30만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휴대폰에 '파일공유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요구받았다. 불법업체는 채무상환일이 지나자 B씨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가족과 지인·직장동료에게 전송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올리며 상환을 독촉했다.

가족과 지인 관계를 악용하거나 성착취물을 합성·배포하는 방식의 신종 추심피해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구된다.



19일 금감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접수된 불법 추심 관련 피해상담은 2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었다. 이 기간 접수된 피해 상담 신고 271건 가운데 가족·지인 등을 통한 불법 채권추심피해가 64%(1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 127건 중 67건)에 비해 피해 건수도, 비중도 크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업자들이 돈을 빌려줄 때 채무자의 가족·지인 연락처 목록과 얼굴 사진 등을 요구했다가 이를 가족·친구·직장 등 사회적 관계를 압박하는 불법추심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수법이 지능화·다양화하고 있다.

불법업자들은 △온라인 비대면대출을 위한 인증절차 또는 채무상환능력 심사 자료라고 거짓 설명하면서 자금 융통 조건으로 채무자의 지인 연락처 목록·사진 파일, 그 외 상세 개인정보 등을 담보물처럼 요구하거나 △채무자 스마트폰에 '파일공유 앱'을 설치해 연락처와 얼굴이보이는 사진파일 등을 수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용증에 상환 약속 불이행시 가족·지인을 통해 채권을 추심하겠다는 내용을 넣고 본인 사진을 촬영할 것 등을 직접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부산경찰청 강력범범죄수사대는 생활자금 30만원이 필요한 피해자에게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했다가 피해자가 3주 뒤 총 100만원을 갚은 뒤에도 원금 30만원을 추가로 갚지 않으면 인터넷에 알몸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수법으로 총 3500명에게 최고 연 4000%가 넘는 고리 이자를 수취한 미등록 대부업체 조직원 66명을 검거하고 11명을 구속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집중 단속을 실시해 검거한 미등록대부·불법채권추심 등 불법 사금융 범죄 사례는 지난해 총 1177건, 2085명에 달한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이런 피해를 피하기 위해선 소액·급전이 필요할 경우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대출업체에서 주소록이나 사진파일 등을 요구할 땐 대출상담을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또 거래상대방이 등록대부업체인지 확인한 뒤 거래하고 불법추심 피해가 발생하거나 우려될 경우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에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금감원과 경찰청은 오는 20일부터 10월31일까지 '성착취 추심 등 불법채권추심 특별근절기간'을 운영해 피해상담·신속한 수사를 통해 불법사금융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소비자 피해예방 및 구제에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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