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싸고 건전한" 알뜰폰 찾습니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3.03.2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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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싸고 건전한" 알뜰폰 찾습니다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했지만, 이동통신3사 독과점은 심화했다."



도입 13년째를 맞이한 알뜰폰(MVNO)의 딜레마다. 정부는 2010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에 '도매제공' 항목을 신설, 이통3사 망을 임대해 이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1306만여명으로, 전체 이통 가입자(7725만여명)의 약 17%를 차지했다.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약 1579만명, 20.71%)를 바짝 뒤쫓는 성장세다.

실상을 뜯어보면 여전히 이통3사의 영향권이다.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HCN,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 3사의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의 주축이다. 60여개 사업자가 난립했지만, 이통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전체 알뜰폰 시장(사물인터넷 회선 제외)의 50%를 넘어선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의 과점 체제는 정부의 해묵은 골칫거리였다. 굳어진 이통시장이 가계통신비 인상을 초래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정부가 '제4이통사'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다. 알뜰폰에 기대를 걸었지만, 그마저도 초반에는 신통치 않았다. '저가폰' '아재폰' '대포폰의 온상' 이미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고, 몇몇 '큰 손'이 뛰어들었지만 오래 버티진 못했다. 정부가 2014년 7월 이통3사 자회사에 알뜰폰 시장 진입을 허용한 이유다.

이는 성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낳았다. 이통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대리전을 벌이면서 가입자 규모는 꾸준히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기대했던 과점 체제 해소는 요원해졌다. 다수의 중소 알뜰폰사는 정부가 대리하는 망 도매대가 인하에 기대어 단순 재판매에 몰두했다.

최근 정부는 다시 과점 해소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 10일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의 자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통신 시장 전체를 봤을 때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3사 자회사의 점유율 제한 강화 등 최근 논의 중인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언급이다.


다만 일각에선 알뜰폰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3사 자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알뜰폰 시장 성장엔 제동이 걸릴 것"이라 관측했다. 알뜰폰 외 별다른 대체제가 없다면, 통신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MNO(이동전화) 시장으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정부로서는 통신비 인하와 과점 해소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 20년 넘도록 닿지 못했던 목표다. 그럼에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단순 재판매로 손쉬운 돈벌이에 매달리기보다는 근본적 혁신을 고민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알뜰폰 사업자의 출현이 절실하다. 정부의 대책이 그저 한 쪽을 억눌러 다른 쪽의 숨통의 틔우는 과거의 답습에 머무르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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