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3.03.17.](https://thumb.mt.co.kr/06/2023/03/2023031716252538376_1.jpg/dims/optimize/)
개정시간이 됐지만 평소와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형사합의 25-2부 재판장인 박정제 부장판사는 참석 피고인 확인 과정에서 이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출국한 시점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차 삼성전자 (68,400원 ▼200 -0.29%) 주주총회가 한종희 부회장 주재로 진행되고 있을 때다. 이 회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지만 등기임원이 아닌 이 회장은 주총 참석 대신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한 경제계 현안을 챙기기 위해 다른 총수들보다 먼저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과거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반도체 소재 등 재계 차원에서의 관계 회복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를 안고 먼저 일본으로 떠나 일본 재계 인사들과 사전에 만남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도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재판 대신 현장을 찾아 이들을 영접했다.
한편, 약 1년만에 기자가 찾은 법정에는 이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차장, 김종중 전 전략1팀장 등이 1년 전이나 다름 없이 법정에 출석했다. 이들은 3년째 변함없이 진행되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1심 재판에 진이 빠진 듯 보였다. 이날까지 재판 횟수로만 91차 공판이다. 이날 만나진 못했지만 약 1년전 이 법정에서 이 부회장(당시 직급)을 본 후에도 그의 처지는 여전히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형사소송에관한특별조치법 제2조에 따르면 형사소송 판결선고기간은 제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월내에,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는 항소 또는 상고가 제기된 날로부터 각 4월내에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세계는 치열한 경제전쟁으로 한시가 바쁘게 돌아가는데 아직 1심 선고도 나지 않아 모두가 힘든 상태로 보였다. 이날 법원에서 만난 한 전직 삼성 사장은 "시작했으니, 죽기 전에 언젠가는 끝나지 않겠습니까?"라는 자조섞인 한탄을 내놨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해왔던 이들의 노력의 결과가 법원 피고석에 앉아 노년을 보내야 한다는데 대한 아쉬움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 정의선-조현준 회장과 울산 찍고 서울에서 일본으로 '동행'

지난 15일 상의 회관 지하 2층 대회의실 앞에서 만난 최 회장은 그 어느때보다도 바빴다. 최 회장의 바쁜 일정 때문에 아직 결재를 받지 못한 상의 직원들이 행사장 앞에서 서류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공항으로 떠나기 직전의 최 회장에게 서류를 내밀었고 최 회장은 선 채로 서류에 사인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아침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한 직후 상의로 이동해 점심을 건너 뛰고(최 회장은 하루 한끼를 먹는 간헐적 단식을 한다) 업무보고를 받다가 오후 2시에 상공인의 날 시상 행사에 참석해 축사 등을 한 후 바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이보다 하루 앞선 14일에는 정의선 현대차 (191,100원 ▲400 +0.21%)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61,900원 ▲200 +0.32%)그룹 회장과 함께 울산북부소방서를 찾아 지원사업에 나섰다.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가 주최한 '제1차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 행사 일환으로 소방 공무원의 복지 향상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한국 재계 1~2세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정부에서 주도한 행사가 아니라면 서로 다른 사업을 하는 총수들이 좋은 일에 함께 뜻을 모아 한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흔치 않은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52억원 상당의 '재난현장 소방관 회복버스' 8대를 소방청에 기증하기로 했고, 효성그룹은 순직 소방 공무원 유자녀 장학금, 현직 소방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등 소방 공무원 복지 증진을 위해 기부금 3억원을 전달했다. 한번 모이기가 어렵지 자주 모이는 습관을 들이면 비슷한 모임들이 더 자주 생길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 총수 중 마지막 비행기 오른 구광모...LG테크콘퍼런스 인재 모시기에 총력

구 회장은 일본 출국에 앞서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 참석했는데, 이는 LG총수가 참석하는 주요 행사 중 하나다.
구본무 회장 때인 2012년부터 시작된 테크 콘퍼런스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모빌리티 등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자리다. 좋은 사람을 모시기 위해서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해 회사의 비전을 설명해야 한다는 게 선대 회장의 지론이고 그 유지를 받들기 위해 늦은 비행기에 올랐다.
구 회장은 17일 일본 도쿄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과 함께 참석해 한일 경제협력을 위한 첫발을 디뎠다.
사실 LG의 경우 일본 비즈니스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2차 전지나 디스플레이, 전장 사업 등에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이번 일본행은 구 회장에게는 뜻깊은 행사다.
구속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설상가상 대전타이어 공장 대형 화재

한국타이어의 지주 회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조현범 회장은 지난 9일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운영하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벌어진 이번 화재는 12일 오후에 10시 19분께 시작돼 58시간만에 진화됐는데 그 피해 면적이 8만 6769제곱미터로 물류동 2, 3창고에 쌓인 타이어 20만본 이상이 불에 탔다. 회장 부재 상황에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가동이 멈췄다. 한국타이어 최악의 위기상황은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을 지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이명박 전 대통령 사위)에게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모두 넘겼다. 이에 형인 조현식 고문과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인정할 수 없다며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다.
그 1라운드는 2020년 6월 조희경 이사장이 청구한 아버지(조양럐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종료됐었다. 하지만 조희경 이사장 측이 항고한 상황이어서 아직은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의 구속에 이어 대형화재까지 발생하면서 한국타이어에서 다시 분쟁의 불씨가 피어오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