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CEO의 공통점은 취임 후 첫 중국 일정이라는 점이다. 권 부회장은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직에 올랐으며, 비슷한 시기 최 사장도 삼성SDI 대표에 내정됐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이끌었다. 이들은 취임 직후부터 주요 생산시설을 돌며 현장경영에 나섰지만, 중국 방문은 강도 높은 방역 정책 탓에 미뤄졌다. 그러다 최근 일부 조치가 완화되면서 현지를 찾일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3사는 글로벌 3대 시장 모두에 전진기지를 구축했다. 북미·유럽에서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당국 차원의 견제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납품권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이 그나마 선방할 뿐이다. 3사 CEO 가운데 현지 당국과 접촉한 이는 김철중 사장이 유일하다. 권 부회장과 최 사장은 현지 라인 시찰과 구성원 격려에 초점을 맞췄다. 김 사장은 창저우시의 진금호 서기 등 관계자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이 중국 견제를 위해 각각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핵심원자재법(CRMA)을 선보이고, 효과적인 견제를 위해 관세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전기차·배터리 시장 패권 경쟁이 과거 냉전체제와 같이 이분화 된다"고 평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배터리업계는 미국·유럽 중심의 전기차 시장에서 패권을 쥐는 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지만, 중국 역시 중장기 적으로 포기하면 안 되는 시장"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 CEO 1~2명이 방문한다고 해서 철옹성 같던 중국의 빗장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다만, 중국이 현지에서 생산된 우리 기업의 배터리도 배척하는 상황에서 국내로 반입되는 중국산 배터리가 늘어나고,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대량 탑재된다는 점에 대해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