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해외건설협회 등 관련 기관들은 미국 은행의 줄도산이 국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미국에 국한된 이슈로 보이지만 만일의 경우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침체를 겪은 주요 이유 중의 하나는 가파른 금리 인상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인상 기조가 한풀 꺾였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돼 금리 리스크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으로 이어지면 국내 부동산의 매수 심리 회복뿐 아니라 건설사의 자금 조달 부담도 낮아진다.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가 덜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보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이경록 신용증권 연구원은 "SVB, CS 사태는 유동성 위기라는 점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하지만 원인과 처방에서는 차별점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008년에는 주택담보대출 부실화에 따른 자산가치의 실질적인 하락이 있었다면 지금은 보유자산의 신용도는 우수한데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성 하락이라는 점, 과거에는 주택모기지증권이 여러 금융기관에 연쇄적 유동성 위기를 유발했다면 지금은 개별 금융기관별 자금운용의 문제로 국한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처 방안도 2008년에는 빠른 금리인하와 함께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었지만 지금은 물가부담으로 인해 금리인하 대신 특정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핀셋 지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은행들이 추가로 출현할 가능성도 있어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우려했다.
해외 은행이 줄도산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국내 건설산업의 해외 신규 수주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안정적이더라도 해외 시장이 불안정하면 신규 수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중단된 해외 신규 발주가 올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데 또다시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