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이번 정상회담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우리측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보상 해법과 관련해선 일본 측이 상응 조치를 충분히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숙제를 남겼다.
수출규제·지소미아…한일간 묵은 난제 '일괄 타결'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관계 악화로 벌어진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상황을 "완전 정상화하기로 선언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한일 안보대화와 차관전략 대화 등 당국 간 경제 외교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민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경단련이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정상 간 셔틀외교를 재개하기로 하고 기시다 총리가 적절한 시간에 방한키로 했다. 기시다 총리가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직접 사과 대신 '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전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직접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지난 6일 우리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후 밝힌 입장의 반복이다.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이 많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도 "오늘도 몇 가지 구체적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양국에서 자주 공조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기시다 총리의 사죄와 반성 등 성의 있는 호응이 있기를 기대했던 국내 여론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은 미온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부 징용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거부의사를 밝히고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일본의 이같은 미온적 입장은 이들을 설득하기 더욱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대통령실 "사과 한 번 더 받는 게 의미 있나"…대국민 설득 나설 때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소극적 입장 표명엔 자신의 정치적 입지 등 일본 국내정치적 요인에다 우리 정부가 정권교체시 징용 해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국민 설득과 설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악화를 감수하고 '결단'에 나선 배경 설명이 부족했단 것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일 정상이 만나는 자체에 의미가 크기 때문에 관계 개선의 좋은 시작이라 평한다"면서도 "징용 해법에 대한 보완, 후속조치가 나왔어야 하는데 부족한 게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한 번에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단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우리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진정성 있는 설득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강제집행은 과정도 길고 어렵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사죄를 받기도 어려워지는 길"이라고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방향은 맞지만 국민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속도를 낸 측면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요미우리신문과 9개 면을 할애해 인터뷰했듯 우리 국민들에게 직접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