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많은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근시 폭증을 이례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아인이 유전적으로 근시에 취약하거나,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와 속도를 고려하면, 이제 근시 아동의 증가는 아시아만의 이례적 현상으로 볼 수 없게 됐다.
근시는 중년에 접어든 이후 녹내장과 망막박리 등으로 발전해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처음에는 소소했던 위험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근시는 발생 연령이 어릴 수록 향후 더 나쁜 상황에 처하기 쉽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눈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상을 보는 활동(근거리 시야 활동)" 때문에 근시가 생긴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대표적인 근거리 시야 활동이란 읽기와 쓰기. 요즘으로 따지면 TV 시청이나 인스타그램 훑어보기 등이다. 중국에서는 근시 증가에 경각심을 가진 관리공무원들이 아동 근시를 막고자, 3학년이 될 때까지 필기 시험과 비디오 게임을 금지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어떤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공부할 때 몸을 너무 앞으로 기울이지 못하게 책상에 금속 막대를 설치했다.
우리가 가까운 곳에 있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오랫동안 들여다 보면, 우리의 눈은 근거리 시야 활동에 적합하게 변한다고 한다. 베이 에어리어에서 검안사로 일하는 리안드라 정은 "오래 전 인류는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살았다"며 "당시엔 먼 곳까지 잘 볼 수 있는 시력을 활용해 사냥감이나 과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실내에서 가까운 곳에 사물을 두고 살아간다. "요즘 우리는 '우버 이츠' 앱에서 먹을 것을 구하잖아요."

이처럼 현재는 정설 없이 여러 이론들이 경합중인 상황이다. '연구 데이터에 오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연구 참가자들이 근거리 업무 시간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근거리 시야 활동의 총 지속 시간 보다 중간에 짧게라도 휴식이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눈을 망치는 것은 근거리 시야 활동 자체가 아니라,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의 감소다' 등등. 이중 야외 활동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두 진영으로 나뉜다. 밝은 햇빛이 눈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믿는 이들과 탁 트인 공간이 눈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오늘날에는 근시를 개선하기 위해 안경과 콘택트렌즈, 레이저 수술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근시의 해부학적 근본 원인까지는 해결하지 못한다. 건강한 눈의 안구는 거의 구에 가깝다. 반면 근시가 생긴 안구는 올리브 모양의 타원형이다. 그래서 근시를 늦추려면 안구가 타원형으로 자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실 이미 방법은 나와 있다. 미국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근시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법("근시 조절" 또는 "근시 관리")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안과 의사들, 주로 아시아에 있는 안과 의사들은 특별한 렌즈와 안약으로 아이들의 근시 진행을 늦췄다. UC버클리의 마리아 리우 교수는 이를 연구한 학자이자 의사다. 그녀는 10대를 베이징에서 보냈다. 당시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안경을 쓰는 것을 보며 근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 때는 성적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실내에서 공부에만 매달렸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고 대학까지 졸업했을 때는 그녀는 물론 모든 친구들이 안경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중국에서 안과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각막굴절교정렌즈를 착용한 젊은 환자들을 만나게 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드림렌즈'라고도 불리는 이 렌즈는 수정체 모양을 변화시키기 위해 밤에 착용하는 콘택트렌즈다. 렌즈를 착용하면 빛이 눈에 들어오는 방식이 일시적으로 달라져, 낮 동안 시력이 향상된다. 당시 리우는 안경을 쓴 이들보다 드림렌즈를 착용한 사람들의 시력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혹시 렌즈의 장기 사용이 안구가 타원형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날 때 먼 곳을 더 잘 보는 상태라고 한다. 인간의 안구는 약간 짧게 태어나서, 어린 시절 적당한 길이로 자라난 뒤 성장을 멈춘다. 이는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다듬어진 과정이다. 그런데 환경적 신호가 진화과정에서 경험한 것과 너무 다르면(눈이 너무 근접 대상만 보거나, 야외 활동이 충분치 않거나, 어떤 다른 요인 등), 눈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리우는 "길어진 안구를 짧게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된 환경적 신호를 통제해 안구의 성장을 제어할 수는 있다. 이게 바로 근시 조절의 매커니즘이다.
리우의 클리닉은 세 가지 치료법을 사용한다. 드림렌즈와 다초점 소프트 콘택트렌즈, 아트로핀 안약이다. 처음 두 가지는 빛이 눈에 들어오는 방법을 조절해, 안구가 길어지는 것을 멈춰주는 신호를 만든다. 아트로핀은 저용량을 사용할 경우 화학적으로 눈의 성장이 달라진다고 알려져있다. (아트로핀은 동공을 확장시키기도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그녀의 눈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그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치료법들은 근시 진행을 평균 50% 정도 늦춰준다. 이에 대한 최초의 임상은 2000년대 중반 아시아에서 시작됐다. 작년에는 미국검안협회의 증거기반 위원회가 근시 조절 치료법에 대한 가이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모두 근시 조절 치료법으로 FDA 승인을 받지는 못했다. 이를 사용하려는 의사들은 미승인 상태로 해야 하고, 환자들도 이를 감안해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안과 치료 기업에서도 '근시 조절'의 시장성을 주시하고 있다. FDA에서 새로운 렌즈를 승인 받으려 하거나 신형 아트로핀 특허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2050년에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근시가 된다는 예측은 어마어마한 시장에 대한 예측이기도 하다. '사이트 글라스 비전(Sight Glass Vision)'의 전 최고 의료 책임자였던 조 라폰은 "세계 인구 2명 중 한 명에게 영향을 주는 것에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자주 오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안구의 성장을 늦추기 위해 눈에 빛이 들어오는 방식을 조절하는 여러 안경 치료법이 시험중이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유럽과 캐나다에 출시됐다. 일리노이 주 디어필드의 검안사인 배리 아이든은 이러한 안경 치료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으면, "근시 조절의 새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의 근시 진행을 늦추는 조치는 빨리 시작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 눈에 약물이나 콘택트렌즈를 넣는 것을 꺼리는 부모도 많다. 반면 이런 부모들도 안경에 대해서는 그다지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근시 조절은 종종 치아 교정과 비교된다. 치아 교정 역시 중산층 및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수천 달러를 내는 치료다. 그런데 비용만 비슷한 게 아니다. 치아 교정 역시 현대적인 고통에 대한 현대의 해결책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원시인의 이빨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지런했다. 고고학적 자료는 인류가 날고기와 채소를 씹다가 곡물을 익혀 먹으면서 삐뚤삐뚤한 치아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턱은 작고 약해졌고, 치아의 간격과 형태는 좁고 비뚤어졌다. 따라서 인류의 적응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변한 신체를 개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치아 교정이 나온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고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떤 것이 더 큰 피해를 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시는 분명 인류가 생물학을 거슬러 살아온 결과다. 내가 만난 검안사들은 모니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야외 활동을 늘리려 노력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날 10대에게 휴대 전화를 뺏는 것은 유아에게 수렵채집 식단을 날 것으로 먹이는 것보다 더 현실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화학 물질이나 플라스틱 조각을 우리 눈에 넣고 있다. 시력이 자연 상태로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 글은 국제시사·문예 버티컬 PADO의 '근시 세대: 안경 쓴 아이가 더 빨리 늘어나는 이유'를 요약한 것입니다.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