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 세대: 안경 쓴 아이가 더 빨리 늘어나는 이유[PADO]

머니투데이 애틀랜틱 2023.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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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의료와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력은 계속 떨어집니다. 과거에는 동아시아에 유독 근시 어린이가 많았는데 지금은 전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심지어 2050년이 되면 인류의 절반이 근시가 된다는 추산도 있습니다. 중국은 근시 문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데 한국은 어떤가요? 애틀랜틱 매거진이 2022년 10월호에 소개한 근시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의학계의 최신 이론을 전문 번역으로 소개합니다.

= 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2017년 취학아동 무료 건강검진에서 어린이들이 안과 검진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예비 초등학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정신과 등 6개 분야로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2017.2.9/뉴스1  = 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2017년 취학아동 무료 건강검진에서 어린이들이 안과 검진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예비 초등학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정신과 등 6개 분야로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2017.2.9/뉴스1


뉴욕에서 10년 정도 검안사로 일한 마리나 수는 최근 몇 년새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안경을 쓰는 아이들이 급격히 많아졌고, 안경을 쓰기 시작하는 연령대도 점점 어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아이들의 부모 중에는 안경을 쓰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학교에서 검안을 공부하던 시절, 그녀는 근시가 유전에 영향을 받는다고 배웠다. 수십 년간 사용된 미국의 검안학 교재도 '부모 중 한 명이 근시면 아이가 안경을 쓸 확률이 두 배로 올라간다'고 설명해왔다. 실제로 그녀도 임상에서 부모가 근시인 어린 근시 환자를 많이 만났다. 대를 이어 근시가 나타나는 경우, 부모들은 "아이고, 우리 아이도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이들 세대의 시력이 부모 세대보다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수는 '만약 근시가 유전적 요인으로 생기는 거라면, 왜 (부모가 근시가 아닌)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근시가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가 뉴욕에서 경험한 이 현상은 사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특히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 이곳에선 청소년 및 젊은 성인 근시 비율이 불과 반세기 만에 4분의 1에서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근시의 급증을 국가적 안보 우려와 연관짓기도 한다. 14억 인구를 가졌지만, 좋은 시력을 가진 전투기 조종사들이 부족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팬데믹 봉쇄 속에서 중국 어린이들의 시력 저하가 한층 심화됐다고 한다.



근시 세대: 안경 쓴 아이가 더 빨리 늘어나는 이유[PADO]
한 때 많은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근시 폭증을 이례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아인이 유전적으로 근시에 취약하거나,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와 속도를 고려하면, 이제 근시 아동의 증가는 아시아만의 이례적 현상으로 볼 수 없게 됐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 전국 단위로 근시를 집계했다. 이에 따르면, 12~54세 국민 중 42%가 근시였다. 해당 연령대 근시가 약 4분의 1이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보다 최근 집계는 없지만, 미국의 안과 의사들은 "아동 근시 증가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젊은 성인 중 안경을 쓴 비율이 부모 및 조부모 세대 보다 높아졌다. 근시 발생률이 낮은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이다. 한때 예외적 현상으로 치부됐던 아시아 사례가 이제는 전 세계적 현상의 전조로 재평가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쯤 세계인의 절반이 근시가 된다.


안경 쓴 아이들의 급증은 단지 숫자의 문제만은 아니다. 근시는 중년에 접어든 이후 녹내장과 망막박리 등으로 발전해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처음에는 소소했던 위험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근시는 발생 연령이 어릴 수록 향후 더 나쁜 상황에 처하기 쉽다. 때문에 2019년 미국안과학회(AAO)는 근시 대처의 시급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도 했다. AAO 회원인 마이클 렙카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이는 앞으로 수십 년간 확산될 실명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시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원인은 자못 분명해 보일 수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휴대폰과 태블릿, 노트북에 빠져있는 많은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눈에서 몇 인치 이내에 있는 대상을 응시하는 것은 원거리 시력에 나쁘다고 말한다. 4세기 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눈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근시는 군에 입대한 신병들보다 옥스포드 학생들 사이에서, 시골 학교보다 "교육 과정이 더 엄격한" 도시 학교에서 더 많다는 영국 의사들의 연구도 있다. 19세기 후반에 발행된 한 안과 지침서는 근시를 치료하려면 눈에 닿는 공기(가능하면 바다 항해 같은 방법으로)를 바꾸고 눈을 쓰는 모든 일을 피하라고 말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눈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대상을 보는 활동(근거리 시야 활동)" 때문에 근시가 생긴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대표적인 근거리 시야 활동이란 읽기와 쓰기. 요즘으로 따지면 TV 시청이나 인스타그램 훑어보기 등이다. 중국에서는 근시 증가에 경각심을 가진 관리들이 아동 근시를 막고자, 3학년이 될 때까지 필기 시험과 비디오 게임을 금지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어떤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공부할 때 몸을 너무 앞으로 기울이지 못하게 책상에 금속 막대를 설치했다.

우리가 가까운 곳에 있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오랫동안 들여다 보면, 우리의 눈은 근거리 시야 활동에 적합하게 변한다고 한다. 베이 에어리어에서 검안사로 일하는 리안드라 정은 "오래 전 인류는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살았다"며 "당시엔 먼 곳까지 잘 볼 수 있는 시력을 활용해 사냥감이나 과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실내에서 가까운 곳에 사물을 두고 살아간다. "요즘 우리는 '우버 이츠' 앱에서 먹을 것을 구하잖아요."

그런데 이 직관적인 설명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캘리포니아 산 브루노에서 검안사로 일하는 토마스 앨러는 "근거리 시야 활동이 근시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례 연구도 많다"고 말했다. 책이나 컴퓨터 화면 앞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는 근시가 생겼다거나 악화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처럼 현재는 정설 없이 여러 이론들이 경합중인 상황이다. '연구 데이터에 오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연구 참가자들이 근거리 업무 시간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근거리 시야 활동의 총 지속 시간 보다 중간에 짧게라도 휴식이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눈을 망치는 것은 근거리 시야 활동 자체가 아니라,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의 감소다' 등등. 이중 야외 활동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두 진영으로 나뉜다. 밝은 햇빛이 눈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믿는 이들과 탁 트인 공간이 눈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삶 중 어떤 요소가 멀리 보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일까?

이를 따지면, 과학 이론의 복잡한 수렁에 빠지게 된다. 나는 UC 버클리 검안학 교수인 크리스틴 와일드소트를 만나 근시 이론의 생물학적 타당성을 물었다. 그녀는 2시간 가까이 설명했고, 여러 차례 "이에 대해 또 어떤 논쟁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이런 말은 7차례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이론들이 본질적으로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다. 근거리 시야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야외에서 보낼 시간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말이다. 다만 근시의 원인이 무엇이든, 분명 아이들의 시력에 유익한 지침은 있다. 화면 앞에 웅크리고 앉은 시간을 줄이고,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제 학계에선 근시를 오로지 유전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근시 유전설은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유사한 근시 패턴을 보인다는 1960년대 연구에서 시작돼, 'DNA가 근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것. 사실 이것도 따져봐야 할 요소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유전자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노출되는 환경도 굉장히 동일하다는 점이다.

오늘날에는 근시를 개선하기 위해 안경과 콘택트렌즈, 레이저 수술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근시의 해부학적 근본 원인까지는 해결하지 못한다. 건강한 눈의 안구는 거의 구에 가깝다. 반면 근시가 생긴 안구는 올리브 모양의 타원형이다. 그래서 근시를 늦추려면 안구가 타원형으로 자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실 이미 방법은 나와 있다. 미국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근시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법("근시 조절" 또는 "근시 관리")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 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2017년 취학아동 무료 건강검진에서 어린이들이 안과 검진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예비 초등학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정신과 등 6개 분야로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2017.2.9/뉴스1  = 9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2017년 취학아동 무료 건강검진에서 어린이들이 안과 검진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예비 초등학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치과, 안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정신과 등 6개 분야로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2017.2.9/뉴스1
지난 20여년간 안과 의사들, 주로 아시아에 있는 안과 의사들은 특별한 렌즈와 안약으로 아이들의 근시 진행을 늦췄다. 마리아 리우는 이를 연구한 학자이자 의사다. 그녀는 10대를 베이징에서 보냈다. 당시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안경을 쓰는 것을 보며 근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 때는 성적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실내에서 공부에만 매달렸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고 대학까지 졸업했을 때는 그녀는 물론 모든 친구들이 안경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중국에서 안과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각막굴절교정렌즈를 착용한 젊은 환자들을 만나게 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드림렌즈'라고도 불리는 이 렌즈는 수정체 모양을 변화시키기 위해 밤에 착용하는 콘택트렌즈다. 렌즈를 착용하면 빛이 눈에 들어오는 방식이 일시적으로 달라져, 낮 동안 시력이 향상된다. 당시 리우는 안경을 쓴 이들보다 드림렌즈를 착용한 사람들의 시력이 더 좋은 것 같다고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혹시 렌즈의 장기 사용이 안구가 타원형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아닐까? 흥미롭게도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도 리우와 비슷한 생각을 한 학자들이 있었다. 2004년 홍콩에서 드림렌즈 착용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연구를 진행한 결과 리우의 생각과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후 리우는 미국 버클리 대학 박사 과정에 진학해, 와일드소트의 연구실에서 병아리 눈에 근시가 생기는 것을 연구했다. 그녀는 당시 동료들은 주로 유전자 치료와 망막 이식을 연구하는 터라, 왜 이렇게 "지루한" 분야를 연구하느냐는 말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날 때 먼 곳을 더 잘 보는 상태라고 한다. 인간의 안구는 약간 짧게 태어나서, 어린 시절 적당한 길이로 자라난 뒤 성장을 멈춘다. 이는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다듬어진 과정이다. 그런데 환경적 신호가 진화과정에서 경험한 것과 너무 다르면(눈이 너무 근접 대상만 보거나, 야외 활동이 충분치 않거나, 어떤 다른 요인 등), 눈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리우는 "길어진 안구를 짧게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된 환경적 신호를 통제해 안구의 성장을 제어할 수는 있다. 이게 바로 근시 조절의 매커니즘이다.

리우는 박사 학위를 받고 UC 버클리 교수가 됐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활용해 미국 최초의 근시 조절 클리닉을 만들려 했다. 이미 많은 중국 의사들이 드림렌즈로 근시 조절 성과를 내던 시기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우는 임상 분야 책임자가 클리닉이 검안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줄 혜택이나 수익이 날 만큼 환자가 있을지 등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리우는 2013년 1인 전문의로 클리닉을 열었다. 그리고 강의나 임상에 지장을 주지 않게, 일요일마다 급여를 받지 않고 클리닉을 운영했다. 장소는 학교에서 빌린 검사실을 이용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도 안 돼, 더 이상 예약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버클리 근시 제어 클리닉은 일주일에 4일을 운영하는데, 정기 치료에 참여중인 환자만 해도 1000명에 달한다. 그 중 일부는 차로 몇 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클리닉을 찾아온다. 학교에서 이런 성공을 예상한 이는 리우뿐이었다. UC 버클리 임상 조교수로도 활동하는 리안드라 정은 근시 조절에 대한 리우의 지식을 보면 "미래에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봄, 나는 토요일에 클리닉을 찾아갔다. 아침 8시(캠퍼스 다른 곳은 여전히 조용했던 시간)였지만, 클리닉은 검안 전공 학생들과 환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단정한 머리 스타일에 다소 왜소한 리우는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처음에는 눈을 검사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들의 콘택트렌즈를 분실한 부모를 상담했고, 잠시 후엔 직원들에게 프린터 오작동을 설명하고 있었다.

리우의 클리닉은 세 가지 치료법을 사용한다. 드림렌즈와 다초점 소프트 콘택트렌즈, 아트로핀 안약이다. 처음 두 가지는 빛이 눈에 들어오는 방법을 조절해, 안구가 길어지는 것을 멈춰주는 신호를 만든다. 아트로핀은 저용량을 사용할 경우 화학적으로 눈의 성장이 달라진다고 알려져있다. (아트로핀은 동공을 확장시키기도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그녀의 눈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그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치료법들은 근시 진행을 평균 50% 정도 늦춰준다. 이에 대한 최초의 임상은 2000년대 중반 아시아에서 시작됐다. 작년에는 미국검안협회의 증거기반 위원회가 근시 조절 치료법에 대한 가이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모두 근시 조절 치료법으로 FDA 승인을 받지는 못했다. 이를 사용하려는 의사들은 미승인 상태로 해야 하고, 환자들도 이를 감안해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리우의 클리닉이 베이 에어리어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곳에는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다. 내가 미국에서 만난 안과 의사들은 주로 아시아계 부모들이 자녀의 근시 조절을 원했다고 말했다. 내가 토요일 클리닉에서 만난 부모들도 아시아계가 많았다. 특히 중국계가 많았고, 대부분 중국어를 쓰는 이민 1세대였다. 이들은 리우가 개인적으로 클리닉에 나오는 날에 맞춰 클리닉을 찾아왔다. 그들 중 상당수는 동료 아시아계 이민자나 친구들을 통해 근시 조절을 알게 됐다고 했다. 8살 아들의 드림렌즈 치료차 클리닉에 온 조지 차이는 중국에서 자란 아내가 중국계 이민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메시지 앱 '위챗'에서 근시 조절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리우는 2개의 휴대전화를 쓴다. 하나는 개인적인 용도고, 다른 하나는 북미 전역에서 근시 관리를 받는 아이들의 부모들과 위챗으로 소통하는 용도다. 위챗에 있는 3개의 그룹에선 질문이 밤낮으로 쇄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위챗을 확인해요. 누가 렌즈를 잃어버렸나? 누가 눈이 충혈됐나? 또 어떤 다른 문제가 없나? 그리고 자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죠." 처음에 리우는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 한 명의 부모와 함께 위챗 그룹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그룹이 최대 허용인원에 도달하며, 2번째 3번째 그룹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이 그룹에는 1500여명의 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리우는 "아시아 문화에선 근시를 질병으로 생각하기에" 아시아계 부모들이 훨씬 더 치료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중국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시력이 나빠지자, 필통으로 머리와 책상 사이의 거리를 재며 내게 주의를 줬다. 또 중국에서 개발된 눈 운동도 시켰다. 하지만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 운동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는 근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90년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내가 버클리 클리닉에서 만난 부모들의 의지도 과거 나의 어머니처럼 굳건했다. 과거 삶의 뿌리를 외국으로 옮긴 그들이 이제는 현대 과학의 혜택을 자녀에게 주기 위해 그곳을 찾아온 것이다.

베이 에어리어가 근시 조절 클리닉의 옥토가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근시 치료는 비용이 많이 드는 데, 이곳은 중위 소득이 높은 지역이다. 클리닉에서 만난 부모 중 상당수는 엔지니어나 의사였다. 버클리에서 드림 렌즈 한 쌍을 맞추려면 450달러가 들고, 처음 치료를 개시할 때는 1600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이 마저도 1년에 몇 차례 이어지는 후속 진료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소프트 콘택트 렌즈는 연간 수백 달러짜리도 있고, 1000달러가 넘는 것들도 있다. 1년치 아트로핀 안약은 수백 달러에 달한다. 아이들의 근시 조절은 보통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시력과 관련된 보험은 이러한 치료를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글로벌 안과 치료 기업에서도 근시 조절의 시장성을 주시하고 있다. FDA에서 새로운 렌즈를 승인 받으려 하거나 신형 아트로핀 특허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2050년에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근시가 된다는 예측은 어마어마한 시장에 대한 예측이기도 하다. '사이트 글라스 비전(Sight Glass Vision)'의 전 최고 의료 책임자였던 조 라폰은 "세계 인구 2명 중 한 명에게 영향을 주는 것에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자주 오겠느냐?"고 말했다. 그가 일했던 회사는 작은 기업이었지만 근시 조절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안과 기술 기업 '쿠퍼 비전'과 '에실로'에 기술 이전을 했다.
FDA로부터 최초의 근시 지연 치료법 승인을 받은 쿠퍼비전의 마이사이트 /사진=쿠퍼비전FDA로부터 최초의 근시 지연 치료법 승인을 받은 쿠퍼비전의 마이사이트 /사진=쿠퍼비전
2019년 11월, FDA는 쿠퍼비전의 소프트 콘텍트 렌즈 '마이사이트(MiSight)'를 미국 최초의 근시 지연 치료법으로 승인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안구의 성장을 늦추기 위해 눈에 빛이 들어오는 방식을 조절하는 여러 안경 치료법이 시험중이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유럽과 캐나다에 출시됐다.

일리노이 주 디어필드의 검안사인 배리 아이든은 이러한 안경 치료가 미국에서 승인을 받으면, "근시 조절의 새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의 근시 진행을 늦추는 조치는 빨리 시작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 눈에 약물이나 콘택트렌즈를 넣는 것을 꺼리는 부모도 많다. 반면 이런 부모들도 안경에 대해서는 그다지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리우의 바람은 FDA 승인이 나고 시력과 관련된 보험이 생겨, 더 많은 부모들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쿠퍼비전은 마이사이트 홍보를 시작했는데, 그들의 마케팅 대상은 역시 형편이 넉넉한 부모들이다. 내가 사는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에선 아이들을 1000달러가 넘는 유모차에 태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한 검안소에 미소짓는 아이 2명이 등장하는 마이사이트 광고 배너가 걸렸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검안사는 마이사이트의 광고를 본 부모들이 문의가 꽤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근시 조절도 입소문으로 알리는 시대는 저물고, 대중 광고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근시 조절은 종종 치아 교정과 비교된다. 치아 교정 역시 중산층 및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수천 달러를 내는 치료다. 그런데 비용만 비슷한 게 아니다. 치아 교정 역시 현대적인 고통에 대한 현대의 해결책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원시인의 이빨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지런했다. 고고학적 자료는 인류가 날고기와 채소를 씹다가 곡물을 익혀 먹으면서 삐뚤삐뚤한 치아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턱은 작고 약해졌고, 치아의 간격과 형태는 좁고 비뚤어졌다. 따라서 인류의 적응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변한 신체를 개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치아 교정이 나온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고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떤 것이 더 큰 피해를 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시는 분명 인류가 생물학을 거슬러 살아온 결과다. 내가 만난 검안사들은 모니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야외 활동을 늘리려 노력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날 10대에게 휴대 전화를 뺏는 것은 유아에게 수렵채집 식단을 날 것으로 먹이는 것보다 더 현실성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화학 물질이나 플라스틱 조각을 우리 눈에 넣고 있다. 시력이 자연 상태로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필자 사라 장(Sarah Zhang)은 애틀랜틱의 소속 기자다.


- 원문: The Myopia Generation (The Atlantic) ©2023 The Atlantic Monthly Group. All Rights Reserved. Distributed by Tribune Content Agency, LLC.
- 번역: 이영민, 편집: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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