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는 차세대 수두백신의 세계보건기구(WHO) 인증을 받고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조달시장 공략에 나선다. 독감백신과 수두백신 영역에서 그동안 잠잠했던 양사의 경쟁이 다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3년만에 독감백신 시장에 복귀하는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부터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중단한 상태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걷히며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급감하자 올해부터 다시 '본업' 격인 독감백신 생산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스카이셀플루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4가 독감 백신으로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회사가 독감백신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 직전인 2020년 독감백신 생산 실적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GC녹십자를 오히려 앞섰다. 누적 독감백신 생산물량이 3억도즈인 GC녹십자가 전통의 독감백신 강자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약진이 매서웠던 셈이다.
때문에 올해 GC녹십자의 독감 백신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을 중단한 2021년 GC녹십자의 독감백신 생산이 곧바로 두 배 가량 급증했지만, 올해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복귀로 이 같은 반사이익을 보기 힘든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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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수두백신 영역에서는 GC녹십자가 공세다. GC녹십자는 최근 차세대 수두백신 '배리셀라' 관련, WHO로부터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가 주관하는 조달시장 입찰 참여가 가능해졌다. GC녹십자는 세계 두 번째, 국내 최초 수두백신인 '수두박스'를 개발한 수두백신 강자이기도 하다. 여기에 차세대 배리셀라의 국제기구 조달시장 참여 자격까지 얻은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 WHO의 PQ 인증을 받은 스카이바리셀라를 앞세워 2021년 국가 공공입찰을 통해 터키에 150만 명분의 물량을 공급하며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했고 지난해엔 범미보건기구(PAHO)와 약 374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배리셀라의 PQ 인증으로 앞으로 국제 조달시장에서 GC녹십자와도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독감백신과 수두백신에서 펼쳐질 경쟁 관련, 양사 모두 절박한 상황이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GC녹십자는 전체 매출에서 독감백신과 수두백신을 중심으로 한 백신 매출 비중이 20%가 넘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백신 시장 복귀 여파가 큰 만큼 매출 둔화폭도 커질 수 있다. 이제 막 PQ 인증을 받은 차세대 수두백신 배리셀라의 세계시장 입지도 최대한 빨리 다져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백신 생산 재개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빠진 빈자리를 최대한 메꿔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수요 감소가 본격화된 지난해 매출이 이미 전년보다 50% 감소한 4567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매출도 전년보다 30%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독감 및 수두 등 백신사업의 매출을 극대화 하는 로드맵을 수립중"이라며 "해외매출을 늘리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