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는 전략적 원자재의 10% 이상을 역내서 추출·생산하게 할 방침이다. 완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수입 원자재 함량을 한 자릿수로 낮추겠단 의미다. 역내 가공 비율을 40% 넘지 못하게 한다. 광물 단계부터 엄격한 원자재 검증 절차를 도입하겠단 취지로 읽힌다. 재활용률 15% 이상을 달성해 점진적으로 핵심 광물자원의 중국 의존을 낮추겠단 의지를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EU가 IRA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유럽산 핵심 광물을 포함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면서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북미·유럽·중국) 가운데 2곳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았기 때문에, 해당 시장에서 K배터리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가 연 매출 1억5000만유로(약 2100억원) 이상이고 5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급망 감시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은 다소 불안한 부분이다. 현지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기업 상당수가 이에 포함된다. 광물 단계부터 중국산을 엄격히 색출하겠단 의지인데, 여전히 광물·소재 단계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라 EU 요구안을 준수할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
태양광업계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한화큐셀 등 주요 태양광 회사들 가운데 유럽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전무하다. CRMA 대응하기 위해선 현지 생산투자를 감행해야 하지만 이 역시 부담감이 적지 않다. 현지 생산을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하고,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밸류체인을 잠식하고 있어 EU가 CRMA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지가 현재로선 미지수다.
업계는 CRMA에 중국 규제안이 포함돼도 장시간 유지되긴 힘들 것으로 본다. IRA을 통해 선제적으로 나섰던 미국도 태양광 분야에 있어선 중국산 규제가 헐거운 게 사실이다. 미국은 신장위구르 소수민족이 태양광 패널 제작에 강제 동원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초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을 금지했으나, 이달부터 재개했다. CRMA의 세부 방안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