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상하이 까르푸 뤼저우점 신라면 매대에서 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은령
18일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7073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4.2% 증가했다. 1~2월 누적 금액은 1억3224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9.8% 늘었다. 한국 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비상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효자 상품이다.
라면의 지난해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1조원에 육박한다. 관세청 수출입실적 기준 지난해 라면수출액은 전년대비 13.5% 증가한 7억6541만달러(1300원 기준, 약 1조원)를 기록했다. 5년전 3억8100만달러에서 2배 이상 성장했다.
해외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라면은 수출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팔리는 라면은 연간 2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해외공장 4곳을 가진 농심은 북미에서 매출 4500억원, 중국에서 2000억원을 기록했고, 러시아에 공장을 운영하는 팔도는 3000억원을 현지에서 판매했다.
국내에서 처음 생산한 라면은 1963년 9월 출시된 삼양라면이다. 기업가인 전중윤씨가 '꿀꿀이죽'의 현실에 충격을 받은 후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박정희 정권에 5만달러를 빌려 일본 묘조식품(명성식품)에서 제조설비를 수입해 생산한 것이 라면사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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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기술을 가져온 라면이지만 수출은 비교적 빨랐다. 1969년 베트남에 150만달러를 수출한게 처음이다. 월남 파병 군인들에게 라면만큼 적절한 보급식량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라면 종주국 일본에도 소량(2만달러)이지만 수출을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농심(당시 롯데공업)도 1971년부터 미국 LA지역에 교포를 대상으로 라면을 수출했다. 1984년 삼양식품에 이어 1988년 농심도 수출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해외 라면공장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의외로 브라질이다. 1972년 교민들이 설립해 운영하다 경영난에 빠지자 정부가 나서 삼양식품의 인수를 종용했다. 하지만 43만 달러의 투자에도 경영정상화가 어렵자 삼양식품은 3년만에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직접 지은 첫 해외공장은 1984년 미국 LA에 지은 삼양식품 공장이다. 당시 흔치않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2000년까지 모두 4개의 공장을 짓고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러시아에서 용기면 도시락으로 성공을 거둔 팔도는 2002년 현지법인을 세우고 공장도 지었다.
K라면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 미국, 일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이 1억8892만달러(약 2500억원)로 전세계 수출물량의 24.6%를 차지한다. 뒤이어 미국이 7616만달러, 일본이 6062만달러로 3강을 형성한다.
수출 다변화로 인해 4위권 경쟁도 치열해졌다. 필리핀이 3133만달러, 태국이 3086만달러, 네덜란드가 3002만달러로 막상막하다. 5년 전인 2017년 라면 수출국 순위는 필리핀 9위, 네덜란드 16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의미다.
동남아에서 K라면 인기는 한류 영향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필리핀의 경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간편식 수요가 증가한데다 K콘덴츠에 자주 등장하는 라면에 대한 소비자 증가로 급성장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건강식인 아시안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현지 최대 슈퍼마켓 '알버트 헤인'에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 입점하는 등 유통채널 확대 영향이 컸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이 출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출한 도전의 DNA로 해외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며 "설령 한류문화가 시들해진다 해도 한번 현지인의 입맛이 길들면 퇴보하지 않는 식품 특성상 K라면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시내 롯데마트에 오뚜기 라면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정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