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없어서 못 먹는다…불안한 '보건 안보',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3.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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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라플루 등 감기약과 전문의약품 등 품절 지속돼… "수입 의존하는 원료의약품 국산화 정책 필요"

감기약 '테라플루'가 품절된 상태다./사진= 인천의 한 약국감기약 '테라플루'가 품절된 상태다./사진= 인천의 한 약국


코로나19(COVID-19) 이후 의약품 품절 사태가 잦아지면서 원료의약품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료의약품의 경우 중국, 인도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 수출 중단 조치가 이뤄지면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식량 안보' 뿐 아니라 '보건 안보'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약국에서는 일반의약품인 감기약 '테라플루'(제약사 GSK)가 품절된 상태다.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구분되는 관절염약 '이모튼캅셀'(종근당), '조인스정'(SK케미칼), 비염약 '알레그라정'(한독), 진해거담제 '세레타이드디스커스'(GSK), 고지혈증 치료제 '페노핍정'(동국제약) 등 일부 제품도 품절돼 구할 수 없다.



인천의 한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는 "주문하려고 보면 약이 품절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았을 때보다는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여전히 많은 약들이 품절돼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일 '품절의약품 수급대응 제1차 민·관협의체 개최'를 개최하고 품절의약품에 대한 대응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의약품 품절 사태의 이유로는 해외 원재료 수급 불안, 수요 증가, 유통구조 차질 등이 거론된다. 제약업계는 그 중에서 해외 원재료 수급 의존도 심화가 문제라며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감기약, 없어서 못 먹는다…불안한 '보건 안보', 이유는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4.4%로 전년 36.5% 대비 12.1%포인트(p) 줄었다. 가장 많이 원료를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2021년 중국에서 7억4022만5000달러(약 9720만원)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했다. 수입액만 2위 수입국인 일본(2억2100만7000달러)의 3배 이상으로 원료의약품 공급처가 집중돼 있다. 이에 지난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때 중국이 감기약의 주성분 원료인 아세트아미노펜 수출을 제한해 수급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국, 인도의 원료 가격이 국산 대비 3분의 1로 낮아 국산 원료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해외에서 생산과 수출을 중단할 경우 수급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어 정부가 자급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의 경우 이익률도 높이고 수출도 가능해 제약사들이 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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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국산 원료의약품 기초·원천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적 지원책 마련 △국산 원료의약품 생산·개발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비상시에 사용하는 백신이나 치료제, 필수의약품 등의 원료는 정부가 국내 원료제조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비축해 필요시 신속히 제약사가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혁신형 제약기업 내 원료의약품 부분 신설과 혜택 부여 등을 대안으로 꼽는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품절의약품 민·관협의체에서 제약업계가 원료의약품 약가 인상 등을 요구했는데 이를 감안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자국의 원료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은 2020년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의 국내 제조·공급 사업자 지원 등을 발표했다. 미국은 2021년 행정명령을 통해 국방물자생산법에 의한 필수의약품 생산역량 재건과 충분한 비축, 동맹국을 활용한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다. 인도는 2020년 펀드를 조성해 자국 기업의 원료의약품 생산을 지원하고 대규모 원료의약품 단지를 설립하는 내용의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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