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토막' 증권사, 직원만 고통분담…임원 연봉 평균 5억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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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반토막' 증권사, 직원만 고통분담…임원 연봉 평균 5억


지난해 증시 침체로 증권사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직원 평균 급여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영실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임원들은 오히려 보수가 늘면서 평균 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수령해 논란이다. 사전에 계약된 보수체계에 따른 임금이라고 하지만 실적악화의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증권사 11곳의 직원 평균 보수는 1억4900만원으로 전년(1억5300만원) 대비 3.1% 감소했다. '억 대' 연봉은 여전하지만 지난해 실적 감소에 따른 급여 감소는 불가피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증시 침체에 따른 주식 거래대금 감소와 채권 평가손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 등으로 증권사 이익은 대부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은 증권사 급여 체계 특성상 실적 감소는 직원들의 보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직원 평균 보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삼성증권이다. 1인당 평균 수령액은 1억3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1.5% 감소했다. 특히 주식 거래대금 감소에 큰 영향을 받은 리테일(위탁매매) 부서가 평균 1억5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었다.

현재까지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11개 증권사 중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BNK투자증권으로 직원 1인당 2억280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 대비로는 14.4% 줄었다. 평균 1억9200만원을 받은 한양증권 역시 2021년 보다는 급여가 14.7% 감소했다. 두 증권사 모두 리테일 부서에서 각각 29.4%, 24.2%씩 줄었다.

현대차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전년 대비 직원 평균 보수는 감소했다. 전년 대비 늘어난 곳은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등이다.


반면 임원 평균 급여는 대체로 늘었다. 11개 증권사 임원 67명이 지난해 수령한 보수는 총 334억16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4억9900만원이었다. 2021년 평균 4억6400만원보다 7.6%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임원 평균 보수가 10억6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14.5% 올랐다.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BNK투자증권, 한양증권 등도 직원 급여는 줄었지만 임원 평균 급여는 1.8~24.2%씩 늘었다.

각 증권사별 보수 총액 상위는 대부분 임원들이었다. 현재까지 보수가 공개된 증권사 중 수령액이 가장 많은 임원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다. 지난해 총 51억1300만원을 수령해 전년 대비 23.8%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고의 실적을 올린 메리츠증권은 임원들도 보수 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는 전년 대비 28.5% 증가한 총 37억원을 받았다. 김기형 사장 역시 36억원을 수령해 전년 대비로는 24% 올랐다.

2021년 총 급여 68억5500만원으로 증권사 '연봉킹'에 올랐던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은 지난해 36억9400만원을 받았다. 여전히 고연봉이지만 지난해 증시 부진의 여파로 성과금이 크게 줄었다.

이밖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24억7500만원)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19억300만원) △오동진 유진투자증권 이사대우(35억7700만원) △안재우 BNK투자증권 상무(32억5100만원) △민은기 한양증권 CIC대표(28억3900만원) △최용석 한화투자증권 부사장(27억8800만원) 등이 고액 연봉을 수령했다.

철저히 실적과 성과에 기반해 급여를 지급하는 증권업계 특성상 지난해 역대급 실적 감소에도 임원들의 보수가 증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은 실적이 좋았던 2021년 성과를 기준으로 지난해 보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수가 줄어든 직원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적 감소에 부동산PF 사태까지 터지며 몇몇 증권사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의 30대 직원은 "임원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만큼 회사의 실적 감소나 경영 위기 등에도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원들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직원들도 박탈감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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