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제약업계, 정관변경·새인물 영입 경영시스템 '변화'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3.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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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이노엔, 정관 변경으로 ESG 경영 강화
일동제약, 추후 자금 조달 용이하도록 회사채 발행 한도 높여
종근당, 창사 이후 최초 여성 사내이사 선임

주총 앞둔 제약업계, 정관변경·새인물 영입 경영시스템 '변화'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둔 제약업계가 정관 변경과 새인물 영입으로 경영 시스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HK이노엔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 관련 위원회를 설치한다.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와 이사의 책임감경을 승인받도록 해 주주 가치 제고에도 나선다. 일동제약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2배 늘리는 등 향후 연구·개발(R&D) 비용을 더 쉽게 마련하도록 채비한다. 종근당은 최초의 여성 사내이사를 선임해 자본시장법과 ESG 트렌드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각 제약업계는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으로 경영 체계 손보기에 나섰다. 우선 HK이노엔 (36,500원 ▲1,950 +5.64%)은 ESG 경영 전략을 강화한다. 주주 권익 개선을 위해 재무제표를 주주총회에서 승인하도록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회사의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를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다는 외부감사인의 의견이 있을 때'와 '감사위원 전원의 동의가 있을 때' 이사회 결의로 재무제표를 승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또한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부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 이사회 소집 시기를 이틀 전 각 이사에게 통지하도록 한 규정은 '1주일 전'으로 변경된다.



이번 정관 변경에서는 '이사의 책임감경' 조항도 신설된다. 상법 제400조를 똑같이 적용해 이사의 책임을 최근 1년간 받은 보수액의 6배에서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해당 규정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의 책임을 축소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대신 주주총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장치를 뒀다. HK이노엔은 "ESG 경영 강화 목적으로 이사의 책임감경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도록 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 (14,810원 ▲410 +2.85%)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자금 조달이 용이하도록 정관을 신설·변경한다. 먼저 회사가 상환주식·전환주식·상환전환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근거 정관을 신설한다. 또한, 기존 정관을 변경해 CB와 BW의 발행 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2021년 일동제약은 창사 후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제1회차 CB를 발행한 바 있다.

향후 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같이 정관을 변경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동제약은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영업 손실을 겪었다. 당기순이익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R&D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일동제약 R&D 비용은 1098억원으로 전년(965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늘었다. 전체 매출(약 6377억원) 대비 R&D 비용 비중은 17.2%에 달한다.


종근당 (101,600원 ▲2,500 +2.52%)은 창사 이래 최초의 여성 사내이사를 선임한다. 종근당은 오는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미엽 신약사업개발담당을 사내이사 후보자로 올렸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약학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CJ제일제당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종근당에 합류했다. 종근당 사업제휴팀장·사업개발담당·신약사업개발담당을 역임했다. 종근당은 이 후보자 추천 사유에 "다년간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제약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 당사의 비전 및 향후 신약 개발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판단하여 사내이사 후보자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종근당의 이같은 행보는 자본시장법과 ESG 경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강제한다. 지난해 기준 종근당 총자산은 약 1조1248억원으로 해당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자본시장법과 최근 여성 임원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ESG 경영 트렌드에 서서히 발을 맞추는 행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최근 여성 임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필요성이 높아졌고 ESG 경영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여 이 후보자를 등기이사로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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