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시장도 찬 바람 분다...공모가 하회에 상장 철회까지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3.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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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시장도 찬 바람 분다...공모가 하회에 상장 철회까지


비상장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통로로 활용되는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스팩을 통하지 않고 일반공모로 상장한 중·소형주 최근 줄줄이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 행진을 벌이는 것과 달리 스팩 종목은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대조된다.

초대형 SPAC 너마저…줄줄이 공모가보다 ↓
16일 코스닥시장에서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9,650원 ▲10 +0.10%)는 9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보다 1% 오른 주가지만 상장 당일(15일)에 이어 이틀 연속 공모가(1만원)를 하회했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700억원을 공모해 올해 상장 스팩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형스팩이다. 통상 스팩은 100~120억원 규모가 평균으로 200억원 이상이면 대형, 400억원을 넘길 경우 초대형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IPO(기업공개) 시장 부진으로 800억원이던 기존 공모금액도 700억원으로 낮췄지만 결국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날 코스닥시장에서 삼성스팩8호 (9,780원 0.00%)는 전일 대비 20원(-0.2%) 하락한 9840원에 마감했다. 삼성스팩8호는 400억원을 공모하며 올해 첫 대형 스팩으로 주목받았지만 지난 2일 상장 이후 내리 공모가 1만원을 하회 중이다.



스팩 시장에 찬바람이 불자 철회 의사를 밝힌 곳마저 나왔다. 400억원을 공모한 KB스팩24호는 지난 9일 공모철회서를 제출하며 올해 첫 상장을 철회한 스팩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수요예측이 흥행하지 못하면서 상장을 올해 중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사측은 "최근 공모 시장의 제반 여건을 포함, 투자자 보호사항 등을 고려하여 금번 공모를 추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高금리·중소형주 '따상'에 밀렸다…"SPAC과 중·소형주 IPO는 대체제 관계"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업계에서는 최근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스팩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금융투자업계 인사는 "스팩이 만약 비상장 기업과 합병이 안 될 경우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금리 수준이 사실상 CMA 수준"이라며 "그러나 현재 시중 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원금 보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 입장에선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독 부진한 초대형 스팩의 경우 합병 대상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가령, 스팩 순자산이 400억원 이상일 경우 최소 기업가치 3000억원 이상인 업체를 찾아야하는데 그쯤 되면 직상장을 선호한다"며 "때문에 규모가 큰 회사가 우회상장을 선호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형주 위주로 '따상' 릴레이를 벌이는 등 IPO 흥행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대형 스팩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연구원은 "스팩과 중·소형주 공모 직상장은 대체제 관계"라며 "기업 입장에선 공모시장 분위기가 안 좋으면 스팩을 선택하고 공모시장 분위기가 좋으면 직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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