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내 증시 전광판. 뱅크런 위기를 맞았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표기돼 있다. /ⓒ로이터=뉴스1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한꺼번에 4단계 낮췄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심각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위기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사태 진정을 위해 조달비용이 높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은 만큼 수익성 압박이 예상된다고 S&P는 봤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가 지난 13일 61.83% 대폭락 후 14일 26.98% 반등한 뒤 이날 다시 21.37% 급락한 것은 시장의 혼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자금을 긴급 조달해 눈 앞의 뱅크런 사태는 막았지만 미국 중소 은행발 금융위기 상황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 코메리카, UMB파이낸셜 등 다른 은행의 경우 이날 주가가 재급락하지는 않았지만 SVB 파산 사태 이전 주가 수준으로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 앞에 예금주들이 몰려 있다. /ⓒ로이터=뉴스1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중소 은행들은 미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 총수요가 위축되고, 결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 은행들이 대출 업무를 줄이는 등 긴축에 나서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베이비스텝(0.25% 인상)'이 아닌 '빅스텝(0.5% 인상)'을 밟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더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총 자산규모가 2500억달러(약 328조원) 미만인 중소 은행들은 미 전체 상업·산업 대출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또 주거용 부동산 대출의 60%,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80%, 소비자 대출의 45%를 차지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유동성 위기 상황에 놓인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로이터=뉴스1
미국 중소 은행발 금융위기가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으로 확산하는 양상이 펼쳐지자 미 정부는 유럽 금융당국과 논의도 시작했다. 미 재부무는 "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