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SVB 넘어졌는데, 거인 CS가 왜 흔들려…"곪았던 곳 터졌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3.16 15:00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진정에 한숨 돌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에 또 한 번 흔들렸다. 미국 은행 파산이 유럽 은행에 대한 우려로 퍼지면서 CS가 SVB 파산의 다음 타자가 될 거란 경고도 등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VB 붕괴로 은행업계에 퍼진 불안감이 CS의 고질적인 문제만 부각했을 뿐, SVB 파산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주장한다.
/AFPBBNews=뉴스115일(현지시간) CNN은 "SVB 붕괴로 CS가 휘청거린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로 CS는 이번보다 높은 강도의 조사를 받게 됐다"며 이것이 CS의 매도세를 부추기며 위기를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SVB 파산 여파로 은행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및 투자자·고객들의 기준이 한층 강화되면서 CS의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고, 이것이 CS 주가 폭락과 위기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CS의 주가는 15일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에서 각각 장중 30%, 20% 이상 폭락했다. 스위스 국립은행의 유동성 지원 소식에 하락 폭이 일부 축소되기는 했지만, CS 주가 폭락으로 미국 뉴욕증시는 SVB 사태 진정 하루 만에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스위스 라디오방송 SRF뉴스의 얀 바우만 비즈니스 에디터도 이날 "수년 동안 곪았던 CS의 문제가 미국의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S의 가장 큰 문제는 자본 부족이 아니라 투자자 및 고객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CS 스스로가 투자자와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리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S는 최근 몇 년간 자금세탁, 법적 분쟁, 투자 실패 등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를 뒤흔드는 각종 스캔들에 휩싸였다. 불가리아에서는 마약상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유죄 판결받았다. 모잠비크에서는 부패사건에 연루됐고, 언론에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스파이 스캔들도 있었다.
실망한 투자자와 고객들이 CS에 등을 돌리면서 지난해 말 역대급 예금 인출이 이뤄지면서 CS의 위기설은 본격화됐다.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자금 유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CS 고객들의 인출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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