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대형호재 떴다고 투자하면 될까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3.03.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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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부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는 시끌시끌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는 가운데 대형 호재가 떴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수혜 지역과 수혜 아파트 단지 리스트가 공유되고 분석 글이 올라왔다. 서로 본인이 사는 지역이 수혜지라며 논쟁도 벌어졌다.



아파트 실거래가 앱인 호갱노노에서 실시간 인기 아파트 1위~2위는 해당 지역 내 아파트 단지가 차지했다. 밤늦은 시간에도 인근 지역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동시 접속자는 9300명이 넘었다. 과열 양상을 보이자 부동산업계 유명 전문가는 블로그에 "발표된 호재로 아파트 투자를 하는 건 너무 이르다"면서 "너무 단순하고 수준 낮은 접근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일대 710만㎡(약 215만평)규모의 반도체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300조원을 쏟아붓는다. 160만 명의 고용 창출과 직간접 생산유발 금액만 700조원을 예측했다. 그야말로 대규모 투자다. 정부도 팔을 걷어 부쳤다. 2026년말 착공을 목표로 토지조성과 인허가기간도 종전보다 3분의 1 단축을 약속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관련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인력이 대거 유입돼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분명 호재가 맞다. 중장기적으로는 토지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표 내용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로또'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호재는 맞지만, 그 호재가 언제, 얼마나 반영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반도체 산단이 들어서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58.46㎢, 이동읍 71.02㎢ 등 총 면적 129.48㎢를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이곳은 오는 20일부터 2026년 3월 19일까지 허가구역으로 묶인다. 따라서 특정 규모 이상의 토지·주택을 거래할 때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주택은 실거주가 의무다. 즉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호재가 있다고 무조건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약 415만m²(약 125만평) 규모의 반도체 산단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총 120조원 투자 계획으로 당시 부동산 가격도 들썩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착공 전이다. SK하이닉스 용인 투자를 호재로 내세운 인근 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에 실패해 아직도 일반 분양을 못하고 있다. 호재만 믿고 조합원이 됐다면 몇 년 째 돈이 묶인 셈이다.


2018년에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남북 교류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이를 호재로 판단해, 인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 땅값은 갑자기 몇 배가 뛰었다.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외지인이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나의 호재만 놓고 필요 이상의 과신(過信)은 위험하다. 예측이 어려운 게 부동산 시장인데 호재가 떴다고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가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호재는 판단의 한 기준일 뿐이다. 로또에 전 재산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

[우보세]대형호재 떴다고 투자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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