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시스템위기 확산가능성 낮아…"ECB·FOMC 주목"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3.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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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 낮아…증시 변동성은 계속"

크레디트스위스/사진=뉴시스크레디트스위스/사진=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 이어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설까지 불거지면서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장 CS발 위기가 유럽이나 시스템 리스크로 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ECB(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와 3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오후 2시 27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 대비 4.95포인트(0.21%) 내린 2374.77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가 한때 30% 폭락하면서 파산 위기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은행(SNB) 총재는 규정을 이유로 갑자기 크레디트 스위스에 추가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뱅크런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투자자의 신뢰가 급격하게 저하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이 은행은 수년 전부터 헤지펀드 파산에 의한 대규모 손실, 자금세탁 혐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 등으로 인해 구설에 오른 상태였다. 또 스스로 재정 보고 관리에 '중대한 약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위기설 여파로 유럽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까지 하락하자 스위스 중앙은행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70조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도 "필요한 경우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나서서 급한 불을 끈 만큼 크레디트 스위스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행히 스위스 정부 등이 나선 덕분에 큰 문제로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미 신뢰가 흔들린 상황인 만큼 정부가 지시한 대책이 제로 효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크레디트 스위스는 총자산 중 현예금 비중이 20%에 달하고 뱅크런이 촉발한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SVB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상이하다"며 "장기간 디레버리징과 실적 악화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전염 우려 또한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SVB에 이어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까지 터진 만큼 증시 불확실성 우려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VB나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의 경우 정책당국의 대응책이 나온다고 해서 해답이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여러 상황이 진행되면서 금융시장과 경제 심리에 대한 변화 등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거나 수습하는 경로를 따라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악재라는 의미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면에서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는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으나 추후에도 '누적된 긴축 효과'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여타 은행들에서 유동성 불안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주식 시장은 수시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날 저녁에 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오는 21~22일(현지 시각)에는 3월 FOMC가 진행된다.

한 연구원은 "지난달 예고했던 대로 ECB가 50bp 인상을 단행할지 주목된다"며 "3월 FOMC의 경우 25bp 인상 등 기존보다는 덜 매파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도 "SVB 사태 이후 금융 안전성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불거졌다"며 "Fed가 금융 안전성과 인플레이션 안정 사이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가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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