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 위기가 은행주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가 2021~2022년 재무보고서에서 '중대한 약점'이 있음을 밝힌데 이어 전날(15일·현지시간)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이 더 이상의 금융지원은 없을 거라고 밝혔다.
다른 주요국 은행들도 영향을 받았다. 유럽 증시에선 △BNP파리바(-10.11%) △코메르츠방크(-8.71%) 미국 증시에선 △퍼스트리퍼블릭뱅크(-21.37%) △씨티그룹(-5.74%) △JP모건체이스(-4.72%), 일본 증시에선 △미쓰이스미토모(-3.8%) △미즈호(-3.78%) △미쓰비시 UFJ(-2.77%) 등이 하락했다.
금융불안이 커지자 스위스 중앙은행이 다급히 위기진압에 나섰고 사태가 일단락됐다. AFP통신은 이날 크레디트스위스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을 대출받는다고 보도했다. 한화 약 70조원 규모다.

장점으로 꼽혔던 높은 배당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조이기'가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앞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위해 사실상 고배당 축소를 권고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각 은행들의 배당성향은 △하나금융지주 27%대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 26%대 △신한지주 23%대 등이다.
전문가들은 SVB,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로 당분간 은행업 전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주요국 은행보다 자산 및 조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나 악화된 투자심리를 이겨내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단순히 은행주 주가가 많이 하락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지금 시점에선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충분한 자본여력을 보유한 은행을 선별해 투자에 나서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낮은 유가증권 투자 비중, 짧은 듀레이션, 정기예금 중 높은 1억원 이하 예금 비중 등을 고려하면 국내 은행들이 SVB 사태와 같은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전세계적으로 은행주 투자심리 악화는 국내 은행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주주환원 성향 증대는 중소형 은행주의 배당수익률 제고로 이어지는 측면이 강하겠으나 중장기적으론 이익 안정성이 높고 자본 여력을 보유한 대형 금융지주에 초첨을 둘 걸 추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