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문제아 CS,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까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03.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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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전 세계 부자들이 돈을 맡기는 금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스위스의 대표적인 큰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란 우려에 휩싸였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각종 스캔들과 법정 공방, 손실 확대로 문제는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최근 크레디트 스위스는 산적한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경영진은 스위스 은행당국에 공개 신임 투표를 요청해야 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문제는 무엇인지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의 진단을 정리해 소개한다.

금융시장의 문제아 CS,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까


1. 무엇이 문제인가
크레디트 스위스는 불가리아에서 마약상들의 자금 세탁을 허용한 혐의로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외에 모잠비크에서는 부패 사건에 연루됐고 크레디트 스위스 전직 직원과 임원이 연루된 스파이 스캔들이 드러났다. 언론에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건도 겪었다.

2021년에는 2건의 투자 실패로 큰 손실을 입었다. 100억달러를 투자했던 핀테크기업 그린실 캐피탈의 파산으로 27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빌 황이 설립한 헤지펀드 아르케고스 캐피탈에 투자했다가 55억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


이에 실망한 많은 고객들이 고개를 돌리며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2년 말 전례 없는 예금 인출 사태를 맞게 됐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인 뉴버거 버먼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티브 아이즈먼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크레디트 스위스는 내가 기억하는 한 오랫동안 투자은행 산업의 문제아였다"고 말했다.

2. 최근 주가 급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크레디트 스위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울리히 코너는 불안해하는 고객과 예금을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했고 이 결과 지난 1월에는 예금 잔액이 순증했다.

하지만 지난 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크레디트 스위스의 연차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실적 발표가 미뤄졌고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은행권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은행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불안한 조짐이 있는 은행에서는 돈을 빼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그런 은행의 주식과 채권을 내던졌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3. 상황은 얼마나 나쁜가
15일, 크레디트 스위스는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더 이상 자금 지원은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한 때 31%까지 폭락했다. 이에 크레디트 스위스는 스위스 중앙은행에 공개적인 지지 성명을 요청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1년 신용부도스왑(CDS) 가격은 이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떤 글로벌 은행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 프리미엄은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1년 동안 채권을 보장하는 비용을 말한다.

다른 은행들이 크레디트 스위스와 자금을 거래할 때 리스크를 헤지하려고 하면서 크레디트 스위스의 1년 CDS 호가는 지난 14일에 부도 확률이 10%임을 나타내는 836bp(1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에서 이날 부도를 확신하는 수준인 3000bp를 넘어섰다.

하지만 시장에서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크레디트 스위스의 CDS는 실제 거래가 거의 체결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BNP파리바가 크레디트 스위스가 거래 상대방인 경우 파생상품 계약 인수 요청을 더 이상 수락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미 미국의 많은 은행들은 수개월에 걸쳐 크레디트 스위스에 대한 노출을 서서히 줄여왔다.

이날 크레디트 스위스의 후순위 채권 가격은 액면가의 80% 밑으로 떨어졌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조차 액면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4.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가능성은
리먼 브러더스는 자금이 고갈된 상태에서 다른 은행들이 거래를 중단하면서 파산했고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리먼 브러더스나 SVB와 달리 중앙은행의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상당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 구조가 급격한 금리 변동에 다른 은행들보다 덜 민감한 편이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해 10월 최악의 예금 인출을 경험한 뒤 추가적인 예금 인출에 대비해 자금을 확충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폴 J. 데이비스에 따르면 크레디트 스위스는 예금과 다른 은행들로부터 빌린 돈의 절반가량을 되돌려 줄만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CEO인 코너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 달 이상의 대규모 자금 유출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5. 크레디트 스위스는 회복할 수 있을까
CEO인 코너는 3개년 회복 계획을 세우고 9000명의 감원과 50년 동안 쌓아온 거대한 투자은행(IB) 조직 해체, 전 세계 슈퍼리치들을 위한 은행이라는 초기 명성 회복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계획은 1990년에 인수한 미국 투자은행 퍼스트 보스톤의 분사와 증권화 상품 사업부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매각하는 방안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미국 SVB와 시그너처 은행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어려움에 붕착했다. 현재로선 아주 헐값에 내놓지 않는 한 자산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루프 캐피털 자산운용의 채권 담당 운용이사 스콧 킴볼은 SVB 등 미국 지방은행들과 달리 "크레디트 스위스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금융기관"이라며 "크레디트 스위스의 지속적인 문제는 신용시장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BNP파리바를 포함해 헤지펀드들도 크레디트 스위스와 파생상품 거래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레디트 스위스의 운명은 이제 전세계 금융당국이 얼마나 빨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안정시키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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