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지자 CS 치부가 드러났다…다우 280p↓ [뉴욕마감]

크레디트스위스

급격한 긴축으로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지면서 '누가 유동성 속에서 지저분한 몸을 감추고 있었는지' 드러나고 있다. "수영장에 가득 찼던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던 워렌 버핏의 조언처럼 말이다.

특히 이번엔 잠재돼 있던 대형은행의 부실 가능성이다.

뉴욕증시는 15일(현지시간) 유럽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재무적 위기 상황이 불거지면서 다우존스지수(DJIA)가 장중 최대 600p 하락하는 등 혼란한 모습을 보였다. SVB 사태는 진정됐지만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돼 온 CS 파산 위험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280.83포인트(0.87%) 내린 31,874.57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0.7%(27.36포인트) 하락한 3,891.93을 기록했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장중 1%대 하락을 딛고 다시 올라 장 마감에는 0.05%(5.9포인트) 오른 11,434.05에 장을 마쳤다.

CS는 뉴욕증시에서 이날 13.94% 하락한 주당 2.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지 전문가들은 CS가 지난해 말에 이어 또다시 재무적 위기를 겪을 경우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더 이상 자금을 댈 수 없다고 밝힌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위기의 전염을 우려했다. 하지만 장중에 스위스 중앙은행이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하락세가 다소 줄어들었다.

CS는 최근 2021년과 2022년 재무보고에 대해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문제를 발견해 기말보고서 제출을 연기한 상태다. 포트 피트 캐피탈의 댄 아이는 "이미 CS 문제는 지난 8~10개월 동안 뒤편에서 내재돼 쌓여가던 상태"라며 "SVB 사태가 진정됐지만 또 다른 뇌관인 대형은행의 부실을 시장이 다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은행 하나의 문제는 지방은행 여럿의 문제를 넘어선다. CS의 위기가 불거지자 대형은행인 씨티그룹 주가가 이날 5.44% 떨어졌다. 웰스파고도 3.29% 하락을 면치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3.09%, 뱅크오브아메리카는 0.94% 떨어졌다.


어제 반등에 나섰던 지방은행들도 다시 반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21.37% 급락해 어제 상승분을 대부분 내줬다. 팩웨스트은행도 12.87% 떨어졌다.

제레미 시겔 "6월 금리인하 피봇"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명예교수 (오른쪽) /사진= 유튜브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명예교수는 "올 하반기는 생각만큼 주가 수익이 좋지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중단한다면 2024년은 수익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겠지만 대신 금리의 추가인상에 대한 가벼운 일시중지 신호를 낼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으며 도매가격도 내리고 있다고 덧붙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겔 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올해 6월에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하(피봇)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의 위기는 신용위축 부른다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예금주들은 돈을 찾기 위해 은행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으며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블리클리 파이낸셩의 피터 부크바는 "SVB로 대표되는 은행의 도산이 업계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있어 금융부문의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많은 은행들이 장기채권을 매입했는데 (장부상 가치와 실제 가치 차이로 인해) 그것이 일으킨 대차대조표의 왜곡을 추가 자본조달로 메워야 하는 지 압박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배경에서 CS의 문제는 추가적인 자본확충과 그에 실패할 경우 파산으로 이어지는 우려를 낳게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주주인 사우디가 추가 자본투입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CS의 파산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갑자기 시장에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신용경색은 스위스 규제당국이 이날 은행 안정화 옵션에 논의 중이라는 블룸버그 뉴스가 전해지면서 다소 사그러들었다.

'반사이익' 돈나무 언니에 4억불 몰렸다

캐시우드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의 주력상품 아크 이노베이션ETF(ARKK)에 어제 14일 화요일에만 3억9700만달러의 신규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4월 이후 일일자금 최대 유입이다. 투자자들이 은행 위기가 불거지면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데 베팅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혁신 성장주 위주의 나스닥은 이번 위기에서도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면서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이날 넷플릭스와 알파벳(구글 모회사)이 3%대 상승했고,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와 아마존도 1%대로 오름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쳇GPT 4세대 출시 소식에 1.8% 올랐다. 화상회의 기업 줌은 2.96% 상승했고, 코인베이스도 2.91% 올랐다.

유가는 1년 만에 최저수준 6% 하락

석유공사 영국 다나 유전

금융위기설이 흘러나오면서 실물부문의 유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도 장중에 7% 가량 급락하면서 에너지 관련주까지 덩달아 내림세를 보였다. 할리버튼이 11% 떨어졌고, 마라톤오일도 10.1% 하락했다. APA코퍼레이션과 데본에너지는 각각 9% 이상 내렸고, 다이아몬드백에너지와 헤스 코퍼레이션도 8% 하락했다.

이날 원자재 시장에서 WTI크루드(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4.26%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3.81% 떨어진 배럴당 74.5달러 수준이다. 천연가스도 4% 하락해 MMBTU당 2.46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