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수주' 배터리 3사 자신감 속 그늘 "정부 도움 절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이세연 기자 2023.03.15 17:08
글자크기

인터배터리 2023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배터리 제조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를 비롯해 477사가 참가해 기술 트렌드를 선보인다. 2023.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배터리 제조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를 비롯해 477사가 참가해 기술 트렌드를 선보인다. 2023.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넘치는 자신감 속 미래에 대한 걱정.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3'은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477개사 1400부스(지난해 197개사 677부스)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부터가 '수주잔고 1000조원'을 달성한 배터리 업계의 위상을 보여줬다. 오는 17일까지 총 4만명 방문이 예상된다는 예측을 반영하듯 각 부스마다 "사람이 너무 많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정부 측에서는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이 개막식에 나왔다. 배터리 3사에서는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 최영찬 SK온 사장(경영지원총괄)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사장, 양향자 무소속 의원 등이 이번 전시회를 찾았다.



자신감 유감없이 발휘한 배터리 3사
자신감은 배터리 3사의 부스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포드의 '머스탱 마하-E'와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 측은 "포드와 협력 관계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루시드 에어'는 이날 국내에 처음 공개된 것이어서 방문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포드의 '머스탱 마하-E' /사진=최경민 기자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포드의 '머스탱 마하-E' /사진=최경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서비스'까지 포괄한 종합적인 비즈니스를 강조했다. 사내독립법인(CIC) 쿠루(KooRoo)가 개발한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 배터리 종합진단 서비스 B-라이프케어에 힘을 준 모습이었다. 업계 1위 답게 배터리 산업을 선도한다는 분위기를 내려 한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SDI는 볼보의 전기트럭 'FM 일렉트릭'과 BMW의 'i7'을 선보였다. 특히 'FM 일렉트릭'은 압도적인 크기로 주목받았다. 원통형 배터리 2만8000여개를 탑재, 출력이 540kWh(킬로와트시)에 달한다. 일반 승용차의 4~5배 수준이다.

삼성SDI가 앞세운 기술은 '전고체'다. 전해질이 기존의 '액체'가 아닌 '고체'인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성을 극대화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올 상반기 파일럿 생산라인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SDI 측은 "독자 조성의 고체 전해질 소재와 리튬 음극재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이라고 거듭 힘을 줬다.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볼보 'FM 일렉트릭'/사진=최경민 기자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볼보 'FM 일렉트릭'/사진=최경민 기자
SK온은 기존의 하이니켈 팩형 배터리를 단 제네시스의 'eGV70'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각형 배터리'를 대대적으로 전시했다. SK온은 각형 배터리의 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안에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중 각형을 생산해온 것은 삼성SDI가 유일했다. 여기에 SK온이 기존의 파우치형에 이어 각형까지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보급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정부와 정치가 도와야"
마냥 미래가 밝은건 아니다. 업계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배터리 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구자균 회장, 박종선 삼성SDI 부사장, 그리고 양향자 의원은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출신 국회의원인 양 의원에게 정치권의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회에서 한 업계 관계자는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SK온의 각형 배터리/사진=이세연 기자SK온의 각형 배터리/사진=이세연 기자
양 의원은 구 회장 등에게 "배터리는 기술 장벽이 반도체만큼 높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기술이 중요하다"며 "그런 부분을 정치권과 더 소통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와 만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거론하며 "이제는 '기술'이 없으면 외교 자체가 안 된다. 기술이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며 "기술에 기반한 외교 채널 가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가 정치·외교적으로 그런 게 좀 취약하다"고 말했다.

장영진 차관은 "민관이 합심해서 통상 관련 사안을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 IRA 정책을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며 "유럽의 각종 배터리 관련 입법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것이다. 우리 업계의 기술개발과 투자 노력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