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에 불안한 증시…"이자만 받자" 파킹형 ETF에 몰리는 개미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3.03.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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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 순자산 4.8조

SVB 사태에 불안한 증시…"이자만 받자" 파킹형 ETF에 몰리는 개미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 사태의 여진이 증시를 흔들자 '파킹형 ETF(상장지수펀드)'에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증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큰 수익을 얻기 보다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난 났다는 뜻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순자산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4조8412억원을 기록했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는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고시하는 CD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로, 매일 이자가 복리로 쌓여 대표 파킹형 ETF로 꼽힌다.



또다른 파킹형 ETF인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순자산총액은 3조1769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ETF는 국고채, 통안채 익일물 담보부 금리인 KOFR(한국 무위험지표금리)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해당 ETF 역시 매 영업일 기준으로 이자수익을 확정·누적한다.

두 상품은 국내 상장 ETF 중 순자산총액 규모 2위와 3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순자산총액 1위 ETF가 'KODEX 200 ETF'인 것을 감안하면 파킹형 ETF에 상당한 양의 돈이 몰려있는 상황이다.

파킹형 ETF는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었으나, 최근 이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를 225억원,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 63억원 순매수했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팀장은 "여전히 시장에 불확실성이 크게 잔존하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파킹통장 역할을 하는 ETF에 예치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킹형 ETF는 초단기나 단기 채권에 투자하면서 원금 손해 가능성을 거의 없애고, 예금통장처럼 이자가 쌓이는 것이 특징이다. 변동성 장세에서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파킹형 ETF는 큰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으나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라졌다. 파킹형 ETF를 파킹통장 처럼 사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파킹형 ETF에 투자하면 CMA(종합자산관리계좌)나 예금통장 대비 높은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었다.

이같은 변화에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KOFR ETF를 내놓기도 했다. 전날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 KOFR금리 ETF'를,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은 'HANARO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를 출시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SVB 사태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고, 여전히 고금리인 상황인 만큼 당분간 파킹형 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SVB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추가적인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면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예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시점에는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는 안전한 CD금리투자KIS ETF의 매력도가 높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에서 한화 KOFR ETF는 자본손실이 없는 안전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자를 일별로 수취할 수 있어 단기 자금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매력이 높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Fed를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절한 시기에 파킹형 ETF에서 자금을 빼 다른 상품에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는 "파킹형 ETF는 투자의 방향성이 상실된 상황에서 유휴 현금을 활용하기 좋은 상품"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종료 이후 금리 인하 전환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파킹형 ETF가 아닌 KODEX 단기채권 ETF 시리즈에 투자해야 더 양호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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