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이 부른 '유동성' 공포…장기자산 불린 저축銀 괜찮나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03.16 05:30
글자크기
/사진=김다나 디자인기자/사진=김다나 디자인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한 가운데 국내 저축은행에서 만기가 3년이 넘는 자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3년 초과 자산의 비중이 60%를 넘나든다. 저축은행은 외형이 성장하며 장기 채권이 늘고 있을 뿐 유동성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요 저축銀 장기 자산, 30% 안팎 증가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SBI저축은행의 만기 3년 초과 장기 자산은 10조6497억원으로, 전년말보다 29.3% 늘었다. 저축은행의 자산에는 대출채권·유가증권·유형자산 등이 포함된다.



OK저축은행의 만기 3년 초과 자산은 2021년말 3조3914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4조2606억원으로 2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만기 3년 초과 자산은 7833억원에서 1조337억원으로 32.0% 불었다.

웰컴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만기 3년 초과 자산이 각각 2조2723억원, 2조7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말보다 각각 6.9%, 2.2% 증가한 수치다.



반면 SBI·OK·한국투자저축은행의 만기가 3년 이하인 단기 자산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OK저축은행은 장기 자산이 25.6% 증가하는 동안 단기 자산은 1.3%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SBSI저축은행은 단기 자산이 각각 27.8%, 28.5% 늘어 장기 자산만큼 늘지 않았다.

장기 자산 비중 30~60%대…"대출 부실해지면 유동성 위험 닥칠 수도"
/사진=김다나 디자인기자/사진=김다나 디자인기자
장기 자산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SBI·OK·한국투자저축은행에선 전체 자산 중 장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SBI저축은행의 전체 자산 중 3년 초과 자산 비중은 2021년말 62.6%에서 지난해 9월 말 63.0%로 0.4%p(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27.7%에서 31.7%로 4%p,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2.2%에서 12.6%로 0.4%p 높아졌다. 웰컴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장기 자산 비중은 각각 31.9%, 37.5%다.

장기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에 5년 만기 대출을 내줬다고 가정했을 때, 예금과 대출의 만기 사이엔 4년의 간극이 생긴다. 대출이 원활하게 상환되는 상황에서는 간극이 있어도 만기가 도래한 예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기업들이 줄도산해 대출을 대규모로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유동성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 대출의 수익률이 단기 대출보다 높기 때문에 저축은행 중에는 장기 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곳이 많다"며 "수익성 확보 차원에선 유효한 전략이지만 중간에 대출 회수가 안 돼 자산이 부실해졌을 땐 유동성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축은행은 대출 규모가 전체적으로 늘면서 장기 자산도 늘었을 뿐 유동성 비율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은 3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과 부채를 기준으로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주요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SBI저축은행 138.5% △OK저축은행 134.0% △웰컴저축은행 117.1% △페퍼저축은행 149.7%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유동성 비율이 92.6%였으나 12월 말에는 167.3%로 올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