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의약품 원료 납품 업체와의 허위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1.27.
장 전 대표는 신풍제약 창업자 장용택 전 회장의 아들이다. 장 대표는 사주 일가의 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회삿돈 9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범행 기간 조직적으로 원재료 납품업체와 과다계상·가공거래 후 차액을 되돌려받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물건 거래 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 등을 써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가공거래는 실제로는 하지 않은 거래를 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뜻한다.
장 전 대표는 빼돌린 돈으로 신풍제약의 주식을 사거나 생활비를 충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전 대표는 전무 노모씨와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리고 재무제표를 허위 공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12월에 걸쳐 노모씨를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A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66)도 대부업법 위반, 특경법 위반(횡령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장 전 대표가 빼돌린 수표가 불법 비자금임을 알면서도 현금으로 바꿔준 혐의를 받는다. A 업체 또한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원재료 납품업체 이사 서모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혐의로 구속기소 한 바 있다. 서씨는 비자금 조성 정황을 수사기관에 알리겠다며 장 전 대표를 협박해 신풍제약 등으로부터 돈 50억74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서씨는 노씨로부터 자기앞 수표 5억원, 신풍제약 돈 2억5000만원, 물품 납품 대금 명목으로 43억24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공갈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된 양모 세무사도 공범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풍제약 사건은 비자금 조성 과정에 관여하게 된 납품업체 사장 B씨가 삶을 마감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B씨는 장기간 가공거래 등으로 쌓인 세금으로 고통을 겪다가 생을 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최초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은 노씨를 57억원 횡령 등 혐의로 송치하면서 장 전 대표에 대해서는 불송치했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한 뒤 지난해 9월부터 신풍제약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