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리츠, 일반청약 흥행 '저조'…회복 요원한 국내 리츠시장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3.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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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리츠, 일반청약 흥행 '저조'…회복 요원한 국내 리츠시장


올해 첫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로 주목받았던 한화리츠가 일반청약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악화된 리츠시장이 회복하지 못하면서 상장 절차에 돌입하는 다른 주자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화리츠, 흥행 '실패'…일반청약 경쟁률 '0.51 대 1'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한화리츠')는 지난 13~14일에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종합 경쟁률 0.51대 1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투자자 청약을 제외하고 남은 물량 696만주 가운데 353만6540주에 대해서만 청약이 이뤄졌다. 절반가량이 미달되며 약 177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한화리츠는 올해 상장을 준비하는 리츠주(株) 가운데 첫 도전자였지만 결국 청약 미달로 실권주가 발생했다. 앞서 한화리츠는 매년 4월, 10월 말 연 2회 반기 배당과 함께 약 6.85%의 배당수익률을 내걸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초 시장에선 한화생명보험을 스폰서로 둬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리츠는 수요예측에서부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7일 공모 주식 수 2320만주의 70%인 1624만주에 대해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7.24대 1을 기록했다. 사측은 투자참여 물량 중 의무보유확약(기관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기간 스스로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제시한 비율이 56%에 달했다고 설명했지만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셈이다.



투심 회복 못한 리츠 시장…리츠株 중 공모가 이상은 단 '4개'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전문가들은 한화리츠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으로 최근 금융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실제 이날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21개 종목 가운데 SK리츠 (4,135원 ▲50 +1.22%), 코람코에너지리츠 (4,775원 ▼10 -0.21%), 신한알파리츠 (6,180원 ▲30 +0.49%), 이리츠코크렙 (4,755원 ▼30 -0.63%)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공모가를 하회 중이다. 이중에서도 신한알파리츠를 빼고는 통상 리츠 공모가인 5000원을 겨우 넘는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이후 투자심리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츠 IPO(기업공개) 청약을 하는 투자자는 상장 초기 가격이 공모가보다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야 투자에 나선다"며 "그러나 최근 금리에 대한 전망이 수시로 바뀌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투심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상장리츠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리츠 톱 10 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7.63포인트(0.91%) 오른 844.05에 마감했다. 1년 전 대비 27% 넘게 빠진 상태다.


미국 SVB 파산이 직격탄이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한화리츠 관계자는 "일반청약 첫날만 하더라도 경쟁률이 0.2대 1을 기록하며 분위기가 괜찮아서 무난히 좋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도 "SVB 파산 소식에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미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도전자인 삼성에프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삼성FN리츠')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FN리츠는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SRA자산운용·삼성증권 등이 모인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참여한 삼성그룹의 첫 공모 상장 리츠다. 연내 하나글로벌리츠, 대신글로벌코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등 연내 상장하려는 주자들 역시 긴장하고 있다.

배 연구원은 "SVB 파산 영향으로 최근 금리 인상이 중단에 대한 전망 나오는 점은 장기적으로 이자 비용 관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CS(크레디트스위스) 이슈가 나오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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