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 만들어 팔던 OEM회사, 자체 브랜드에 공들이는 까닭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3.03.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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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쑈윈도' 홈페이지 갈무리신원 '쑈윈도' 홈페이지 갈무리


의류를 생산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납품하는 패션 기업들은 해외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경기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업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자체 브랜드 강화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타격을 받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이 자체 브랜드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미국 등 글로벌 의류회사에 옷이나 액세서리를 만들어 공급하던 OEM 기업들이 자체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신원 (1,282원 ▲2 +0.16%)이다. 신원은 미국 글로벌 브랜드 갭(GAP)과 월마트에 니트 및 스웨터를 납품하는 국내 대표 OEM 회사중 하나다. 이러한 의류 수출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회사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신원은 패션 부문에서 20~30대 남성과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5개의 의류 브랜드와 이탈리아 명품 정장 브랜드 '브리오니'의 국내 독점 영업권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OEM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면 고객사들의 재고가 늘면서 주문이 줄어들고 이에따라 타격을 받는다. 또 매출이 달러로 발생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영향을 많이받는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영향을 봤으나 올해 하반기 상황은 알 수 없다. 경기 변동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는 사업 구조를 안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하는 셈이다. 앞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의류를 수출해 회사를 키운 신성통상 (1,794원 ▼18 -0.99%)은 2012년 설립한 자체 SPA 브랜드 탑텐이 급성장하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신원은 특히 올해 말 계약이 종료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가 국내 직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자체 브랜드 육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신원은 자체 브랜드인 마크엠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마크엠은 신원이 중국 화동 지역에 대형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진잉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만든 브랜드다. 지난해 말 아이돌 그룹 오마이걸의 미미를 신규 모델로 선정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성복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인 '지이크'는 캐주얼 라인 비중을 늘렸다.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춘 것이다.

이밖에 신원은 자사몰 키우기에도 열중이다. 2020년에는 자사 쇼핑몰을 대체하는 편집숍 형태의 패션 플랫폼도 만들었다. 의류 부문에서 비대면 판매가 늘어나면서 자사몰 형태의 온라인 몰로는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무료 배송 서비스, 간편 리뷰 기능 도입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자체 전용 브랜드(PB) 등으로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신원 관계자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도 위험이 있다고 판단, 올해는 자체 브랜드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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