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급반등 SVB 일단 진정…파월은 금리 '기로'에 [뉴욕마감]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03.1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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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2.14%↑ 등 3대 지수 모두 크게 올라

제롬 파월제롬 파월


일주일 후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해야 하는 연방준비제도(Fed)는 기로에 놓여있다. SVB 사태에 사실상 공적자금을 풀어 연쇄부도를 막았지만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금리를 25bp라도 올리자니 후폭풍이 두렵고, 금리동결을 하자니 인플레 확산을 방조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일단 뉴욕증시는 블랙먼데이가 될 뻔했던 월요일의 혼란을 이겨내고 하루 만에 3대 지수가 모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SVB 사태로 연쇄부도 위기에 처했던 지방은행주들이 사실상의 구제금융과 회로차단 효과로 반등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DJIA)는 전일보다 335.08포인트(1.05%) 오른 32,154.22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1.68%(64.8포인트) 상승한 3,920.56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도 2.14%(239.31포인트) 오른 11,428.1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지방은행주를 모은 ETF인 The SPDR S&P Regional Banking ETF(KRE)는 3% 상승하면서 지난 한주 하락세에서 탈출했다. SVB 사태로 주가가 120달러 대에서 어제 한때 30달러대 초반까지 폭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27% 이상 급등하면서 안정세를 이끌었다. 키코프(KeyCorp) 주식도 7% 이상 반등해 12달러대 주가를 유지했다. 이 주식은 13일에 9.6달러까지 빠지기도 했다. 웨스턴얼라이언스 또한 10달러까지 폭락했던 주가가 30달러에까지 다가섰다. 더욱이 주가 하락시기에 헤지펀드 제왕 시타델이 5% 이상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전년에 비해서는 6% 상승하면서 예상치에 부합했다. 일단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 확산이 없었다는데 안도감이 들지만 근원 CPI가 전년비 5.5% 상승으로 아직까지 높은 수준(목표치 2%)이라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은행주 랠리는 오후장 들어서는 더 지속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다가 서서히 저하됐다. 신용등급 회사인 S&P가 일단 지방은행주 등급을 크레디트와치에 놓아 부정적인 염려를 나타내자 한계점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 동종업계 무디스는 지방은행주의 영업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미국 은행시스템에 대한 전망을 아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해 여전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파월의 결단력 22일 시험대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나온 밥이라는 남성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SVB 고객이었다는 이 남성은 파산한 SVB에 돈을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나온 밥이라는 남성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SVB 고객이었다는 이 남성은 파산한 SVB에 돈을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은 이제 일주일 남았다. 은행시스템이 지방은행 실패로 도마에 오르면서 뇌관의 불씨는 남아있다. 이 때문에 연준이 금리동결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이 골드만삭스나, 노무라 등에 의해 제기된다. 심지어 노무라는 25bp 인하를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14일 오전에 발표된 2월 CPI는 금리동결을 말하기에 이른 시점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데이터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며 쇼크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정책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증거도 보여주지 못했다.

페드와치(CME Fed Watch)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25bp 인상안에 86.4%가 베팅하면서 연준이 긴축의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대 5.75%까지 치솟았던 터미널 금리 예상도 5% 초반까지 낮아졌다. 이번에 25bp를 올리면 정책효과에 부스트를 가하는 것이지만 올해 남은 인상 횟수는 상반기 내 1~2번에 그칠 거란 예상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무턱대고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해 3월에 금리를 소폭이라도 올릴 경우 간신히 꺼뜨린 뇌관에 다시 불을 붙이는 꼴이 될 거란 우려도 만만찮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은 "분명히 얘기하지만 금리 추가인상은 5월까지 불필요하고 오히려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며 "작년과 올해 올린 수준만으로도 지체효과를 감안하면 다소 지켜볼 시간이 필요한데, 연준 관리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PI는 주식 아닌 채권에 영향
14일 미국 국채 수익률 /사진= CNBC 차트14일 미국 국채 수익률 /사진= CNBC 차트
주식시장은 SVB 사태로 주가가 폭락했던 지방은행주들의 반등에 초점이 맞춰졌고, 오히려 CPI는 전일 급락했던 채권 수익률을 다시 올리는 근거가 됐다. 서비스 인플레가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가 전월에 비해 0.43% 올라 전체 CPI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는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제롬 파월 의장이 강조한 핵심 근원 물가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25bp라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채권 시장을 지배했다. 이 때문에 전일 50bp 이상 수익률이 떨어졌던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23bp 반등해 4.261%를 기록하고 있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도 18bp나 올라 3.699%로 올라섰다. 3개월 이내의 초단기물을 제외한 모든 국채가 3월 기준금리 25bp 인상을 점치면서 수익률을 재조정한 것이다.

메타 1만명 추가감원에 시장은 환호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돼 지난 대선 과정에 이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언을 하고 있다. 정장을 입고 나타난 저커버그 CEO는 이날 “개인정보 유출은 명백한 실수”라며 “모든 것은  내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C) AFP=뉴스1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돼 지난 대선 과정에 이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언을 하고 있다. 정장을 입고 나타난 저커버그 CEO는 이날 “개인정보 유출은 명백한 실수”라며 “모든 것은 내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C) AFP=뉴스1
나스닥은 이날 2%대 반등했는데 시장에선 페이스북 메타가 1만명을 추가 감원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6.37% 상승하면서 기대심을 나타냈다. 마크 저커버그 CEO(최고경영자)는 일단 인사채용부서를 줄이고 4월 말 기술직 분야 구조조정과 해고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팀의 경우 5월에 정리해고가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는데 여기에 연간 실시하던 5000명가량의 공개채용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와 리프트, 도어대시 등 캘리포니아법원이 이들에 소속된 운전자를 독립사업자로 계속 둘 수 있다고 판시한 이후 모두 주가가 급등했다. 우버는 5%, 리프트는 0.59%, 도어대시는 5.93% 올랐다.

웰스파고가 PNC파이낸셜의 재정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하면서 이 은행은 급락세를 모면했다. 웰스파고는 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역시 금융주 하락과는 관계없는 건전성을 보여준다고 추천해 4% 가까이 주가를 올려놨다.

이날 유가는 지난 5주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브렌드유 선물은 배럴당 3.3달러 하락한 77.4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WTI는 71.48달러로 전일에 비해 4.44%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도 1.23% 떨어진 100만 BTU당 2.57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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