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합격자는 정시 잘 봐도 무용지물"..면세점 전쟁 변수된 '순서'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3.03.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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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진=김창현 기자 chmt@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심의순서'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대기업의 경우 5개 사업권 중에 최대 2개의 사업권만 가져갈 수 있는데 심의순서에 따라 앞서 선정된 업체는 다음 사업권의 특허권자가 될 수 없도록 '룰세팅'이 되면서다.



심의는 담배·주류→패션·액세서리→명품 사업권 순으로 이뤄지는데 담배·주류사업권을 따낸 사업자가 패션·액세서리 사업권도 따낼 경우 명품사업권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더라도 사업권을 가져갈 수 없다는 얘기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신청 공고...인천공항공사, 구역별 2개 이상 사업자 선정
관세청은 14일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출국장면세점 특허신청 공고를 냈다. 올해부터 면세점 사업권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각 사업권별 적격사업자 2개사(필요시 3인)를 고른 뒤 관세청이 이들 사업자를 대상으로 특허심사를 진행한다.



최종적으로 인천공항공사 점수 500점,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 점수 500점을 합쳐 1000점 만점 중 600점 이상의 고득점 업체를 선정한다.

현재는 공사는 사업자 선정과정을 진행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접수받았고 롯데, 호텔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제안서를 냈다.

14~15일 이틀에 걸쳐 입찰발표회(PT)를 진행하는 인천공항공사는 늦어도 이번 주중으로 가격제안서를 개찰하고 사업제안서 평가와 합산해 각 사업구역별 2개 이상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각 구역별 최다득점자와 차점자가 관세청 특허신청 심사를 받을 자격이 생기는 셈이다.


시설관리자의 사업능력평가와 입찰가격평가를 하는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관세청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300점) △운영인의 경영능력(200점)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등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활동(250점) 등을 평가한다. 총 750점 만점을 500점으로 환산해 인천공항공사 평가 점수 500점과 합산한다.

변수로 떠오른 '심의순서'...'어부지리' 하는 사업자 나올 수도
변수는 심의순서다. 이번 면세점 입찰에서 대기업 사업권은 DF1~5로 나뉜다. DF1, 2는 향수·화장품·주류·담배, DF3, 4는 패션·액세서리, DF5는 부티크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모든 구역에 중복 입찰할 수 있지만 그룹별 1개의 구역에서만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다. 사업권 그룹은 DF1~2가 하나의 그룹으로, DF3~5가 또 다른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있다.

관세청은 이번 입찰공고에서 "특허심사는 DF1→DF2→DF3→DF4→DF5 순서로 진행한다"며 "신청업체는 2개 이상 사업권에 특허신청을 할 수는 있으나 그룹별 1개의 사업권에서만 특허권을 받을 수 있으며 심의순서에 따라 선정된 업체는 다음 사업권의 특허권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중복입찰시 낙찰 규정을 '심의 순서'로 정한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에 합격하면 정시에서 아무리 고득점을 받아도 써먹을 수 없는 식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DF1~5구역, CDFG는 DF1~4 구역, 롯데는 DF1~2와 DF5 구역, 현대백화점은 DF5 구역에 각각 입찰했다. 각 사가 중복 입찰한 구역이 모두 달라 심의 순서가 낙찰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컨대 DF1~DF5까지 5개 사업권 모두에 입찰한 신세계가 모든 사업권에서 최고점을 받더라도 심의순서에 따라 DF1, DF3 구역의 사업권을 갖게된다. 신세계가 DF3 구역보다 DF5 구역을 더 원하더라도 선택권없이 심사 대상에서조차 배제되는 셈이다.

이번 입찰에서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사업구역은 담배와 주류 사업권이 걸린 DF1~2와 명품 사업권이 걸린 DF5다. DF1~2는현대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입찰했고 DF5는 CDFG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입찰했다.

국내기업은 명품 사업권인 DF5 구역을 원한다는 얘기인데 DF1~4를 롯데, 신라, 신세계, CDFG가 나눠서 가져갈 경우 현대백화점은 DF5 평가점수가 가장 낮더라도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다.

다만 중복낙찰금치 규정으로 인해 평가대상이 단수일 경우 공항공사 평가점수 없이 관세청 평가 점수로만 낙찰자를 정하고 공항공사는 낙찰자와 임대료 협상 등을 통해 최종 낙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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