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 뜨거운 감자 된 'p값'…업계 "실패 아냐" 반발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3.03.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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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오스코텍·올리패스 등 2a상 통계적 유의성 기준 p값 미충족에 주가 급락
일부 효능 확인 속 p값 두고 의견 분분…"후속 임상으로 가치 입증" vs "기준 충족 못했으니 실패"

신약 임상 뜨거운 감자 된 'p값'…업계 "실패 아냐" 반발


바이오업계 신약 임상 2a상 시험 결과 중 통계적 유의성 기준이 되는 'p값'(p-value)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장은 각 사 임상 결과가 p값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임상 실패'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a상이 후속(2b상) 임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밑작업인 만큼, 효능 확인에 따른 성공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펩트론 (37,350원 ▲150 +0.40%)을 시작으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1,983원 ▼57 -2.79%), 오스코텍 (33,400원 ▲200 +0.60%), 올리패스 (612원 ▼32 -4.97%) 등 바이오벤처들은 최근 줄줄이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임상 2a상 결과를 받아 들었다. 브릿지바이오를 제외하면 모두 p값을 충족하지 못한데 따른 결과다.



p값은 대조군과 실험 약물 투여군 간 실제 차이는 없지만 차이가 있다는 오류로 도출된 결과의 발생 가능성 나타낸 수치다. 임상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0.05이하면 결과 신뢰도가 보증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임상 통계에서 실제 효과가 없는 약이 효과가 있다고 나올 가능성을 5% 미만으로 통제하는 셈이다.

p값이 확률과 관련된 만큼 약물의 효능을 전제로 그 수치를 낮추긴 위해선 많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으로 변수 영향력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임상 2a상의 경우 목표 자체가 '탐색'에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뒤따른다.



약물을 처음으로 환자에 적용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2상은 다시 2a상과 2b상으로 나뉜다. 2b상이 충분히 많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통계학적 의미있는 효력을 확인하고 3상 성공을 위한 적정 용법 및 용량을 최종 결정한다면, 임상 2a상은 최소 재원을 투입해 후기 임상 효율을 극대화 하기 사전 작업 정도로 여겨진다. 때문에 효능 입증에 대한 실마리가 확인됐다면 p값을 충족하지 못한 2a상 결과를 성공이라고 말해서도 안되지만, 이를 2상 실패로 단정짓는 것 역시 합당하지 못하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임상 3상 실패 결과를 시장에 소통하는 과정에서 신뢰도가 하락하며 시장이 p-value 확보에 민감해졌다"며 "다만 2a상의 경우 탐색적 임상으로 후기 임상 전 효력 확인을 위한 것이며, 환자 수 부족 등을 이유로 통계적 유의미성 확보가 어려울수 있다. 단순히 효력 입증 실패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입체적 데이터 해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식약처, 'p값=필수요소' 아니란 입장…스스로 신뢰 갉아먹은 업계 책임론도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은 업계 항변에 설득력을 더한다. 식약처는 개별임상의 성패를 판단하진 않는다.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임상시험계획과 임상결과를 평가해 승인 여부만 결정한다. 임상 성패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업계와 시장의 몫이다.


다만 식약처 역시 2a상의 p값 충족이 후속 임상을 위한 필수요소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임상군 모수가 적은 2a상에서 약물 유효성을 뒷받침 할 평가지표를 만족시켰다면, p값이 미치지 못한다 해도 2b상 승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특히 p값 충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3상 조차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허가가 이뤄진 대부분의 의약품이 3상에서 p값을 충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희귀난치성 질환 등 치료제 보급이 시급한 경우 다른 평가지표 등이 충분히 약물의 효능과 안정성을 뒷받침 한다면 허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독 p값 논란이 불거진 배경엔 지난해 2월 한 차례 개정된 제약·바이오 업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도 존재한다. 거래소는 당시 개정안에 '1차 평가지표 통계값 및 통계적 유의성 여부 등에 대해 충실하게 기재'할 것을 명시했다. 보다 깐깐해진 가이드라인에 p값 노출이 많아지면서 임상결과의 부정적 측면이 조명는 경향이 짙어졌다.

'임상별 목적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시장의 오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업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임상 관련 공시 과정에서 긍정적 지표만 내세워 성공처럼 둔갑시키는 사례에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CRO 업계 관계자는 "신약 허가된 품목이라도 중간 임상 과정에 명과 암이 존재한다. 유효성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중간 임상에서 긍정적 요소를 키우고, 부정적 부분을 줄인 후속 임상 디자인을 통해 3상에서 약물의 가치를 증명하면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간 과정을 시장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해 주가 부양 등에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p값에 대한 해석만 놓고 보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지만, 그동안 시장 신뢰를 갉아먹은 업계의 과오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오는 5월 시행되는 추가 개정안을 통해 임상 결과에 대한 판단은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추가 개정안은 임상시험 공시항목별 표준서식을 도입해 공시 일관성을 높였다. 임상계획승인신청을 비롯해 △임상계획승인 △임상시험결과 △자진취하 △변경신청 △변경승인 등 6개 항목별 표준서식을 도입하고, 계획 승인 시엔 1차 평가지표 기재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한다. 결과와 관련된 공시는 계획 승인 시 기재 및 공시한 지표에 대한 결과값만 기재가 가능해진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관적·추상적 표현 기재 사례가 발생하는 등 제도개선의 필요성 제기된 것이 배경"이라며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포괄공시 여부 판단을 돕고, 공시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이해도를 제고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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