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통 '제과', '유업' 간판 떼려는 식품 기업들...왜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03.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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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 56년 만에 롯데웰푸드로 변경...유가공 업계도 사명 변경 고심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제과 본사 전경. /사진제공=롯데제과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제과 본사 전경. /사진제공=롯데제과


최근 식품 기업들의 사명 변경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신사업 확대를 통해 '종합 식품기업'이란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제과', '유업' 등의 사명은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제품 전문성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향후 수출과 신사업 확대 측면에선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오는 23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명을 롯데웰푸드(LOTTE WELLFOOD)로 변경한다.

롯데제과는 사명 변경과 동시에 홈페이지 주소를 바꾸고, 브랜드 이미지(BI)도 새로 만들 예정이다. 향후 회사가 생산하는 각종 제품의 패키지도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바뀐 사명은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는 1967년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설립한 식품 기업으로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회사다. 그동안 과자류 외에도 다양한 품목을 판매했지만 56년째 사명을 이어온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간편식, 냉동식품 등을 판매한 롯데푸드와 합병한 뒤 기류가 달라졌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미 회사는 과자류뿐 아니라 홈간편식(HMR) 등 수출이 가능한 다양한 식품을 만들고 있다"며 "롯데웰푸드로 사명을 바꾸는 것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종합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여파로 우유, 분유 등 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유업계도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회사명에서 '유업'을 빼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아직 사명 변경은 확정되지 않았고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관련 안건은 없다"며 "다만 중장기 신사업 확대를 고려하면 사명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제품 생산 기업들은 최근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성인용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유업'이란 사명은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 업계 1위 CJ제일제당 (294,000원 ▲2,000 +0.68%)도 한 때 사명 변경을 검토한 바 있다. CJ란 영문이 제일제당(Cheil Jedang)의 약자로 중복된 표현인데다, 설탕을 만드는 제당이란 사명이 사업 확장성에 저해 요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설탕 등 제당 관련 매출 비중은 현재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만두, 김치 등 다양한 제품을 여러 국가에 수출하는 종합 식품기업이 됐다. 다만 회사는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제일제당이란 이름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회사명을 바꾼 기업들도 기존 사명을 병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2020년 'hy'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최근에도 한국야쿠르트란 회사명을 함께 사용한다.

장수 기업이 많은 식품 업계에서 사명 변경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을 변경하면 수백 개 제품 포장부터 모두 바꿔야 하는 등 부가적인 일이 많고 관련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바뀐 사명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소비자 인지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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