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인 만남에 소부장 기대감↑…"여전히 日의존도 높아"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한지연 기자 2023.03.16 13:35
글자크기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품질과 성능이 보장된 일본 소부장 확보가 수월해진다면 분명히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

16일 수도권의 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관계자가 최근 한일 관계의 '해빙 무드'를 두고 한 말이다. 소부장 업계는 오는 17일 한일 주요 기업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계기로 일본의 대일 수출규제 해제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2019년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부문의 설비투자가 확대되면서 국산 소부장 공급이 늘었지만,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아 국산화에 한계가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은 오는 17일 일본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하 BRT)'을 개최한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총 출동한다. 일본에선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 등 11명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재계는 한일 주요 기업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만큼 이번 회의가 한국과 일본 간 경제협력 회복 신호탄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소부장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주요 기업 총수들은 회동에서 소부장 부문 한일 협력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찾은 5개 그룹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장 등 일본 수출규제 핵심 품목이 필수적인 산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이 이끄는 스미토모화학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주요 생산기업이다.

2019년 7월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이른바 '3대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후 소부장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5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산화에 나섰으나,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당시 일본 수입 비중이 92%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 핵심소재인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 비중은 여전히 77.4%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요 기업이 공정 시 사용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에서 일본 산 비중은 지난해 기준 33.3%, 웨이퍼 코팅제는 90%였다. 지난 4년간 다른 국가 수입을 늘리면서 일본산 소부장 수입 비중은 줄었지만, 수입액 자체는 오히려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소부장 수입액은 395억 달러인데, 2020년(340억 달러)은 물론 수출규제 이전인 2019년(328억 달러)보다도 크게 늘었다.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LG그룹이 힘을 싣고 있는 전장(자동차 전기장치부품) 사업 부문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전기차(EV)용 배터리 파우치 필름 시장에서 일본 기업(DNP·쇼와덴코) 의점유율은 2021년 기준 80%에 달한다.

업계는 첨단 소부장 산업에서 일본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공급선 확보가 어려워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산 소부장 수입이 늘었지만 니켈이나 리튬 등 1차 원자재 수입에 한정돼 있다.

공급망이 안정화되면 불화수소나 자동차 부품 등 국산화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2018년 3만 8000톤에 달했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 3000여톤까지 곤두박질쳤다. 양국 협력이 강화되면 국내 소부장 산업과 일본의 국제 분업화를 통해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의 부품 자급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용 노광 장비나 실리콘웨이퍼 등 일본산 구매가 불가피한 소부장은 수출 규제 시기에도 필요한 절차를 거쳐 사용해 왔다"라며 "벨기에나 중국, 자체생산 등으로 다변화하며 수입 비중이 상당 부분 줄었지만,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