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완전자율주행 수준까지 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노인들이 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공학회는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에서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에서 고령 운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은 레벨4부터다. 레벨4 자율주행은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주행 제어와 책임 모두가 시스템에 있다. 운전자 개입은 대부분 불필요하다.
지난해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에, 스웨덴 자동차 회사 볼보는 EX90 등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해 현지 출시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풀 셀프 드라이빙(FSD) 시스템은 레벨2와 레벨3 사이에 있다.
업계에서는 고령 운전자에게 필요한 레벨4 수준은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입을 모은다. 완성차 업체나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자율주행에 과감하게 투자해온 업체들도 속도조절을 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자율주행 합작회사 아르고AI(Argo AI)의 폐업이다. 아르고AI는 2016년 설립된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한때 기업가치가 70억 달러에 달할 만큼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자율주행 기술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회사 설립 6년만에 문을 닫았다. 당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아르고AI에 투자했을 때만 해도 2021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 역시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웨이모는 올해 들어 전 직원의 8%인 209명을 줄인다. 자율주행 기술을 가장 과감하게 도입하던 테슬라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의 결함으로 36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까지 갈길이 먼 상황"이라며 "최근 경기 침체로 투자 여력까지 줄어들면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이 개발된다고 해도 초기에 노인들이 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사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현 상황에서는 고령 운전자 문제는 기술보다는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