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날 지났지만 모텔 전전…"로또 아파트 당첨" 환호, 한숨 됐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3.03.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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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동파라곤신목동파라곤


2020년 9월 청약을 받은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일반 분양은 평균 경쟁률 147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용 59㎡B 타입은 7가구를 모집했는데 청약 1517명이 몰려 경쟁률이 217대 1에 달했다. 전체 299가구 중 153가구, 절반 이상이 조합원이 아닌 일반분양 물량이었다. '목동'이라는 이름이 달린 서울 시내 새 아파트 분양가가 59㎡ 기준 5억원대 초반이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은 당첨자들은 '로또'에 당첨된듯 기뻐했다. 당첨자 중엔 청약 가점 만점자(84점)도 있었다. 청약 가점 만점을 받으려면 부양가족이 6명 이상이어야 하고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2년6개월 뒤 2023년 3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주일이 됐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가 컨테이너와 차량 2대로 막혀 있었다. 입주 시작 예정일인 지난 1일 이후 2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하다. 단 한 가구도 입주하지 못했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에 공사비 74억원을 더 내라고 했다. 원자재 등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원들은 1인당 8000만원 정도를 더 내라는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준공허가가 났지만, 시공사는 유치권을 행사한다며 입주를 막고 있다.



일반분양자들은 '볼모'가 됐다. 일반분양자 A씨는 이달 초 이사를 하고 붙박이장 등 인테리어 공사를 할 예정이었다. 모두 취소됐다. 위약금도 사비로 물었고 지인 집에서 생활중인데 이사를 몇 번이나 더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른 입주 예정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짐은 보관센터에 맡겨뒀다. 가족들은 지인집이나 모텔 등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학교 문제도 있다. 단지 인근 양강초등학교는 해당 단지로 입주예정인 1학년 입학생은 받아주지만 다른 학년 초등학생들의 전입을 거절했다. 이유는 '거주지 불명'이다. 이 학생들은 기존에 다니던 학교로 장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며칠이면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2주가 지나버렸다.



대출도 막혔다. 농협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일반분양자에게 까지도 잔금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중도금 상환압박에 신용불량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청약에 당첨된 일반분양자들은 조합원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일반분양자들이 할 수 있는건 많지 않다.

A씨는 "청약 당첨이 내 집 마련이라고 그렇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더니 일이 이렇게 되니 일반분양자들은 조합의 볼모가 돼버렸다"며 "은행에서 실행된 주택 대출금이 조합으로 들어가는데, 조합이 그 돈을 다 쥐고 있으면서 추가분담금을 못낸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사가를 상대로 입주를 방해한다며 '업무방해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르면 오는 5일경 소송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일반 분양자가 먼저 입주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시공사는 조합이 협상에 불성실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이 입주를 추진, 사실상 일반분양자들을 볼모로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 간 관계가 예전같지 않고 요즘은 완전히 계산적인 관계"라며 "한푼이라도 손해보지 않기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다보니 입주를 막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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