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한국 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서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WBC B조 조별리그 1라운드를 2승 2패, 조 3위로 마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일본이 4승으로 1위, 호주가 3승 1패로 2위를 차지하며 2라운드(8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는 중국전에서 결장한 채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타율 0.111(9타수 1안타) 2볼넷 2타점 1득점을 마크했다.
그는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다. '놀러 왔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오면 욕먹는 게 맞다. 그러나 이렇게 되니까 마음이 아프다. 후배들한테 아주 미안하다. 제가 통솔한다기보다 더욱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본다. 더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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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런데 아닌 분들이 (이번에는) 많이 그리고 굉장히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봤다. 그런 부분이 아주 아쉽다.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아쉬운 것 같다"며 대표팀을 비난했던 일부 야구인들을 향해 작심 발언을 했다.
중국전을 마친 뒤 선수단이 나눈 이야기에 대해 "저도 고맙다고 했고 감독님께서도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마지막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제가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은 계속 더 잘해서 또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야 한다. '우리의 야구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국가대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선수들이 다음에 나와 잘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김현수는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선수들이 통제할 수 없는 준비 과정의 환경적 측면에서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선수들이 더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날씨나 시차 등 굉장히 안 도와주는 부분들을 다음에는 잘 고려해서 (계획을) 잘 짜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현수.
김현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진짜 마지막인 것 같다. 저는 이제 끝났지만 '팀 코리아'를 믿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뽑힐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뻤다. 또 그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저는 대표팀에 많이 뽑히기도 했고, 나이도 있다. 지금이 제가 내려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제가 제대로 못 하면 능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게 맞다. 후배들이 더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김현수는 "돌이켜보면 2년 전 도쿄 올림픽과 올해 WBC 대회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대표팀에 막내로 왔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했다. 이제는 중압감을 느낀다. 과거 대표팀에서 선배들과 함께 야구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때 선배들처럼 좋은 선배가 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연신 자책했다.
김현수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준비는 잘했지만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선수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도 그렇지만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긴장하지 않도록) 선수들끼리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팬들에게 "오늘도 많이 찾아와주셨다. 저희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응원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저희가 못한 부분에 대해 더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시는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인사했다.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