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웠나?" SVB 리스크 완화에 질주한 증시…"안심하긴 이르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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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조기 진화에 나서면서 글로벌 증시가 안도 랠리를 펼쳤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때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당분간 변동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1%대로 낙폭을 키우기도 했지만 이내 상승 전환하며 2거래일만에 24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오후 4시30 기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79억원, 3076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3279억원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이 1.09% 올랐고 철강및금속, 서비스업 등 역시 1%대 강세 마감했다. 금융업, 증권, 보험, 화학, 운수장비 등 대부분 업종이 강보합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대부분이 상승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77,200원 ▼1,400 -1.78%)SK하이닉스 (174,800원 ▼5,000 -2.78%)는 각각 0.8%, 1.2%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380,000원 ▼5,000 -1.30%)은 2.1% 상승했다. 카카오 (47,250원 ▼850 -1.77%)는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확정했다는 소식에 4.6%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0.29포인트(0.04%) 오른 788.8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대 하락하기도 했지만 2차전지 업종이 크게 오르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외국인이 1447억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557억원, 600억원 순매도했다.

종목별로는 코스피 대장주인 2차전지 업체 에코프로비엠 (240,500원 ▼5,000 -2.04%)이 최근 낙폭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되며 4.8% 올랐다. 에코프로 (113,600원 ▲10,200 +9.86%)는 전 거래일 대비 17.1% 급등했다. 천보, 성일하이텍, 나노신소재 등 2차전지 관련주 역시 대부분 강세 마감했다.

SM은 경영권 분쟁이라는 이슈가 사라지면서 23.4% 급락한 11만31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가 SM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는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하지만 공개매수로 소화되지 않는 물량이 더 많아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환율은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 원/달러 환율 전 거래일 대비 22.4원 내린 1301.8원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62포인트(1.2%) 오른 3,268.7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4시30분 기준 2% 가까이 상승 중이다. 대만 가권 지수는 0.22% 올랐다.

미국 선물 지수 역시 다우존스 선물, S&P500 선물, 나스닥100 선물 모두 1%대 반등하며 안도 랠리를 지속했다.

이날 증시는 미국의 SVB 사태가 뒤흔들었다. SVB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주요 고객인데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예금 인출 요구가 높아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급기야 지난 9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210억달러(27조8000억원) 규모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매각하면서 18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채권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은 미국채였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채권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월가에서는 SVB 사태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닮아 있다며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당국이 조기 수습에 나서며 시장은 빠르게 진정됐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SVB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위기로 인해 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주까지만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가면서 오는 21~22일 열리는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SVB 사태는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연준이 물가와 실업률 만큼이나 금융 시스템 안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3월 FOMC에서 급격한 긴축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3월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0.25% 인상될 확률은 전날 59.8%에서 현재 94.5%까지 상승했다. 골드만삭스 이번에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3월 FOMC에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SVB 사태로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론 연준의 과잉긴축에서 비롯된 다분히 예고된 참사였다는 점에서 추가 긴축 당위성은 크게 비좁아질 것"이라며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이 6월 5.75%보다 낮아지거나 3월 FOMC 이후 금리 인상 경로가 완만해진다면 국내외 자산시장의 전화위복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VB가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하지 않는다면 코스피 지수 하락은 2300선에서 제한될 공산이 크다"며 "국내외 증시의 중장기 진바닥은 최근 2년 지수 고점 대비 35% 하락 수준에서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최대 하락률은 10% 이내"라고 설명했다.

투자심리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당분간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증시는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파급력까지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며 "노랜딩(No Landing·지속적인 경기 상승)까지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융시장은 2008~2009년 악몽을 떠올리며 작은 기업들의 부도 소식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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