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연속성 플래너 '기업재난관리사' 영향력 높여야

머니투데이 중기·벤처팀 2023.03.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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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 한국연속성연구원 대표/사진제공=한국연속성연구원양준 한국연속성연구원 대표/사진제공=한국연속성연구원


지난 1월27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서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5가지 추진 전략을 통한 안전 관리 체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중 민간참여와 협업 중심의 안전 관리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전(全) 생애 주기별 체험 중심 필수 안전 교육 및 국민 참여 안전신고·제안 등 '안전 문화 확산', '민간 주도 자율적 안전 관리', '민간 협력 강화' 등 세부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민간 주도의 자율적 안전 관리를 위해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제'(이하 인증제)의 확대 의지를 담았다.

인증제를 확대하려면 제도의 중심에 있는 '기업재난관리사' 자격 제도의 활성화가 동반돼야 한다. 기업재난관리사는 2014년 최초 합격자를 배출한 행안부 국가전문자격이다. 1단계 재해경감 활동 실무와 2단계 재해경감 활동 계획 수립 대행, 그리고 3단계 우수기업 인증평가 분야 등 총 3단계로 구성돼 있다.



2022년 말 기준 자격증 소지자는 1단계 1759명, 2단계 146명, 3단계 108명으로 최종 3단계까지의 취득자는 전체 대비 약 6.1% 수준이다. 이 수치는 해당 자격 제도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 행안부의 안전 관리 체계 변화에 맞춰 인증제가 활성화됐을 시, 이를 지원할 만큼의 자격증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증제의 중심에 '기업재난관리사'라는 자격증자가 있지만 정작 자격증자의 활동 무대는 우수기업 인증평가 혹은 재해경감 활동관리체계 컨설팅 정도다. 컨설팅의 경우에도 자격증자에게 주어진 권한은 없다. 각종 재난관리 관련 학회가 생기고 기업 재난관리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재난관리사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자격증자의 역할 강화를 위해 자격증 제도의 개선을 고민할 시기다. 각종 단체나 학회 등에서는 자격증 없는 교수나 박사를 전문가라고 한다. 그들이 소유한 자격은 1단계 재해경감 활동 실무가 대다수인데도 말이다. 일부는 자격증자를 역량 없다고 치부하기도 한다. 자격 취득을 위한 행안부 교육기관 지정 평가 지표에도 강사 역량을 '관련 분야 석·박사 후 5년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명확한 제시도 없다. 3단계까지 자격을 취득한 기업재난관리사를 관련 자격도 없는 박사나 교수보다 비전문가로 취급하기도 한다. '비즈니스 연속성'(Business Resilience)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장 중심의 자격증자가 우선이 되고, 각자 분야에서 이의 확대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 2022년 기술규제위원회의 우수기업 인증 제도 심의에서도 동일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규제위원 설득에 상당히 공을 들인 사례가 있다.

기업재난관리사를 교수 또는 박사 등 비자격증자와 분리해 자격증자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기업재난관리사 자격 분야의 통합으로, 1~3차 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자격을 주는 방안이다. 또한 투 트랙 전략으로 기존 1단계 혹은 2단계 자격증자가 3단계 우수기업 인증평가 분야까지 획득하는 것을 유도해 인증제 확대에 대비한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국가전문자격 중 기업재난관리사와 같이 지정 교육기관 수료자만이 시험 응시 자격이 있고, 전문 분야가 아닌 '이해 정도'를 단계로 구분한 자격은 없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급격히 관심이 높아진 산업안전지도사는 건설안전, 화공안전, 전기안전, 기계안전 등의 전문 분야로 나눠 자격을 부여하고 합격 후 연수 수료자만이 등록 지역에서 각자 분야로 활동할 수 있다.


기업재난관리 자격증자는 전문가로서의 위상이 학계(교수·박사 등) 및 ISO 전문가 등과 동등해야 한다. 기업재난관리사는 변호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산업안전지도사 등과 같은 국가전문자격이다.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기술사 등과 같은 국가기술자격이 아니다. 변호사가 변호에 있어 각자의 전문 분야로 나눠 활동할 뿐 사법시험 합격에 전문 분야는 없다. 또 사법연수를 통해 판사, 검사, 번호사 등을 선택하지만 교수 혹은 박사 등에게 그 자격을 부여하진 않는다.

재난관리를 위한 기업재난관리사의 역할은 재해경감 활동관리체계 구축과 우수기업 인증평가 등만이 아니다.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와의 상호 기술 교류 및 컬래버레이션을 리드하고, 우수기업 인증이 목적이 아닌 실제 활용 가능하고 고도화된 분석 기법을 적용한 신뢰성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야 한다. 기업 재난관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기업 재난관리에 있어 기업재난관리사의 역할을 인지하고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인적 자원 확보를 통해,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제 활성화와 민간 주도의 자율적 안전 관리가 정착되길 바란다.

양준 한국연속성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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