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조 건보자금 수익률 1~2%…은행금리보다 낮은데 작년 수수료만 78억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3.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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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내외 건보 운용자금, 작년 수익률 2.15%로 은행수신금리 2.77%보다 낮아…작년 위탁수수료 78억

[단독]20조 건보자금 수익률 1~2%…은행금리보다 낮은데 작년 수수료만 78억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여유자금의 투자 운용 수익률이 지난해 2.15%로 예금은행수신 금리인 2.77%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위탁운용기관 16곳에 지난해만 78억1359만원의 위탁운용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조원 안팎 자금을 운영한 결과 수익률이 연 1~2%대다. 위탁운용기관이 수년간 부진한 운용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매년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해 온 셈이다. 건보 재정 건전성을 위해 수익률 제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연도별 건강보험 투자 운용자금 규모 및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여유자금 투자 운용 규모는 19조5647억원, 수익률(위탁운용 수수료 제외 후)은 2.15%였다. 이는 한국은행 통계 기준 지난해 예금은행수신(신규취급액, 저축성) 금리 2.77%보다도 낮다.



지난해 위탁 운용 규모는 전체의 절반 이상인 11조1083억원이었는데 78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불했음에도 수익률이 높지 않았다. 오히려 특별한 수수료 없이 건보공단에서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도 수익률이 낮기도 했다. 1년 이상 중장기 자금 운용 관련 직접 운용 수익률은 2.35%였는데 위탁운용 수익률은 이보다 1%포인트(p) 낮은 1.35%에 불과했다.

지난해 운용 수익률 중 2020년부터 시작한 대체투자(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만 6.6%로 비교적 높은 성과를 냈다. 작년 건보자금 위탁운용기관은 △교보악사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브이아이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DB자산운용 △KB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이다. 작년 연간 수수료는 78억1359만원이다.



최근 5년간 수익률을 보면 매년 수익률이 1~2%대에 머물렀다. △2018년 2.20% △2019년 2.28% △2020년 1.91% △2021년 1.22% △지난해 2.15%다. 대부분 정기예금, 국고채 등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한 결과다. 지난해 주식 시장 등의 악화로 국민연금공단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이지만 고용보험기금 수익률과 놓고 보면 우수한 수익률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용보험기금의 경우 △2018년 -2.2%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지만 △2019년엔 7.06% △2020년 5.72% △2021년에는 4.35%로 예금은행수신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0.89%로 크게 손실을 보진 않았다.

이에 건강보험 특성을 감안하면서 자금 운용 성과를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종성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급여비 지출 등 유동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정기예금, 단기채권 등 안정적인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 수익률은 불가피하게 저조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우수한 전문인력 충원 등을 통한 수익률 제고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건보 특성상 무위험자산 위주의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1년 은행 정기예금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거두는 건 가능한 범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수익 대비 위탁운용 수수료가 합리적인지 따져보는 등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향성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요즘 많이 쓰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에 의한 전문 운용도 검토해볼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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