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도 쏠리는 주주총회...주주제안 무용지물 될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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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에도 쏠리는 주주총회...주주제안 무용지물 될라


3월 정기 주주총회의 분산 개최를 위한 상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슈퍼 주총' 현상은 올해도 여전하다. 특히 올해 활발한 주주제안으로 관심을 모았던 기업들도 슈퍼 주총을 피하지 못하면서 주주권 제고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은 34곳, 총 안건수는 134건으로 지난해 28개 기업 76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주주제안은 이사회가 아닌 일반 주주들이 의견을 모아 주총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다. 지분 3%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을 하거나 소액 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행사하기도 한다.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올해는 배당 등 주주환원을 높이기 위한 목적의 주주제안이 많았다. 에스엠 (75,100원 ▼2,800 -3.59%)(SM)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지속적인 주주제안으로 주목을 받았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 (12,050원 ▼130 -1.07%)에도 주당 900원의 현금배당 등을 요구했다.

KT&G (88,300원 ▼2,200 -2.43%)에는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가 주당 1만원 현금배당,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한 상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640,000원 ▼18,000 -2.74%)BYC (489,500원 ▲10,500 +2.19%)에 배당성향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KISCO홀딩스 (21,900원 ▼150 -0.68%)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 등을 제안했다.

주주제안은 크게 늘었지만 이들 기업의 주총 일정은 대부분 겹친다.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들이 가장 많이 주총을 여는 날은 오는 24일 금요일이다. 이날은 대원강업, BYC, 한국철강, KB금융, 전방, KISCO홀딩스, 한국경제TV, 국보디자인 등 8개 기업이 주총을 연다. 이날 주총을 연다고 밝힌 상장사들은 총 148개로 29일(400개), 28일(225개), 23일(153개)에 이어 4번째로 쏠리는 날이다.


29일과 31일에는 각각 6개 기업이 주주제안 안건을 올린 채 주총을 연다. 주총이 몰리는 23일에도 5개 기업이 주총을 열고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다.

전자투표의 확대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전보다 수월해졌지만 주총 쏠림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주주권 제고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총이 한 날에 몰리면 관심도가 분산될뿐더러 안건을 분석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해 제대로 된 의결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총 분산을 위한 노력은 이전에도 계속됐다.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사가 주총 예상집중일에 주총을 열 경우 그 사유를 거래소에 제출하도록 하고 예상집중일을 피해 주총을 열면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공시 우수법인 평가 가점 △지배구조요건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예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2020년에는 자본시장업계 숙원이던 상법 개정으로 배당과 의결권 기준일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전제한 규정(상법 제350조 제3항) 때문에 상장사는 매년 12월 마지막 날을 의결권 기준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상법상 주총은 기준일로 정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개최해야 한다. 12월 말을 기준일로 정한 상장사들이 3월 중하순에 몰아서 주총을 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규정이 삭제되면서 의결권 기준일은 각 상장사 정관에 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예를들어 1월 말일을 기준일로 정하면 4월 안에만 주총을 열면 된다.

법이 개정된지 2년이 지났지만 4월 이후 주총을 열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곳은 거의 없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미창석유공업 정도만이 1월 말일을 기준일로 정하고 2021년부터 4월에 주총을 열고 있다.

상장사들은 4월 주총을 열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주총이 늦게 열리면 시장에서 불피요한 오해를 살 수 있고 사업계획의 지연이나 배당계획 차질 등도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3월에 열어오던 주총을 4월에 열게 됐을 때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사업계획 승인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불확실성이나 배당 확정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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